대회 최고령 봉사 85세 황승현씨
86 서울 亞경기 등 기념 배지 줄줄이… “나라 가장 큰 잔치, 당연히 도와야지”
설상 경기가 열리는 강원 평창의 바이애슬론센터 동문 근처 초소. 영하 10도의 기온에 매서운 칼바람이 더해져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이리로 가세요!”
평창 올림픽 유니폼에 주황색 조끼를 입은 한 자원봉사자가 초소 입구에서 차량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쾌활하고 힘찬 목소리에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 최고령 황승현 씨(85).
“그러고 보니 벌써 30년이 넘었네. 내 나이 쉰다섯일 때 처음 아시아경기에서 일했으니…. 그때는 먹고살기도 어려워서 다들 나한테 돈도 안 받는 거 왜 하냐고 그랬어.”
서울 아시아경기가 열린 1986년. 황 씨는 15년간 일한 회사에서 막 은퇴하고 쉬고 있을 때다. 그는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자원봉사자로 경기 관람객 안내를 도왔다. 그것이 30여 년 자원봉사 인생의 시작이다. 2년 뒤 서울 올림픽에서는 각종 영상 상영을 알리는 자원봉사를 맡았다.
“시골 잔치만 해도 동네 사람들 다 가서 도와주잖아. 올림픽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잔치이니까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서 일해주고 함께 즐겨야지.”
아시아경기를 시작으로 그는 한국에서 열린 국제행사 10여 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황 씨의 목에 걸려 있는 자원봉사자 카드 줄에는 30여 년의 삶을 보여주는 배지가 달려 있다. 대전 엑스포(1993년), 한일 월드컵(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2002년), 대구 유니버시아드(2003년), 여수 세계박람회(2012년) 등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은퇴하고 나면 나 같은 늙은이들은 할 게 마땅치 않은데 이렇게 나라의 큰 축제에 불러주니 고마울 뿐이지.”
황 씨는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등 설상 경기가 펼쳐지는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약 20일간 머물고 있다. 숙소가 있는 속초와 평창을 오가며 1시간 교대로 일하고 있다.
“자식들이 처음에는 병난다며 못 하게 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 이틀에 한 번꼴로 안부 전화도 오고. 마누라? 마누라는 옛날에 포기했지. 허허.”
설 연휴 때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에 자녀와 손자들이 찾을 예정이다. 하지만 황 씨는 평창을 지킬 계획이다. 그는 “돌아가신 조상 제사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저버릴 순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찬물로 목욕한다는 황 씨는 25일 올림픽 자원봉사가 끝나면 집에 갔다가 3월 초 패럴림픽 개막에 맞춰 다시 평창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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