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김이 우주복을 입고 우주인이 유영하는 듯한 연기를 보여줬네요. 제가 심판이라면 99점을 주고 싶습니다!”
KBS 평창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경기 중계가 화제다. 온라인엔 “초짜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유쾌한 해설”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배우 박재민씨(35). 배우 출신 해설위원이란 이력 때문에 그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재민은 공중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연기를 선보이는 선수가 몇 바퀴를 돌았는지 세는 자신만의 팁을 알려주거나 영어로 된 스노보드 전문 용어를 한국어로 풀어 쉽게 설명한다. 선수들의 경기를 “대사가 꼬인 것”이라거나,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 괜찮았다”, “웰메이드 드라마의 피니시가 좋지 않았다”와 같이 극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씨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애드리브를 일부러 준비한 것은 아니며,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그런 비유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저는 전혀 웃긴 스타일이 아닌데, 다행히 제가 진지하게 한 얘기들이 재밌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진지했습니다.”
배우인 그가 스포츠 해설자로 변신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 씨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해 2003년부터 서울시 대표 현역 스노보드 선수로 활동 중이다. 국제 스키연맹 심판 자격등도 2010년 취득했다.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에선 스노보드 전 종목의 해설위원을 맡았다.
스노보드 경기는 피겨 스케이팅과 다르게 선수가 어떤 기술을 쓸지 사전엔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출전 선수가 사용한 기술을 한 눈에 알아보고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박 씨는 “1주일 째 3시간 밖에 못 자며 해설을 준비를 하다보니 결국 목에 염증이 나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했다.
박 씨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는 편”이라며 “스포츠 해설위원도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중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인기를) 실감할 겨를은 없었다. 불필요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 실수하진 않을까 늘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계도 결국 연기처럼 카메라 앞에서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겸손한 자세로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공부와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노력해서 국내에 개최된 올림픽인 만큼 시청자분들도 많이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