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의 단일팀 응원으로 달아오른 12일 여자아이스하키 경기장. “자랑스런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한국의 박윤정에게 성원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가 결성한 응원단이다. 박윤정은 생후 4개월에 미국 가정에 입양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국적을 복원해 한국대표가 된 선수다.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여자의 이미현도 역시 한 살 때 입양돼 미국 가정에서 자라났다. 그리고 모굴 남자 김봉석 코치도 미국인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그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토비 도슨’이란 이름의 미국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 뒤 한국의 친아버지와 재회를 이뤘다.
봉사회는 한국과 끈을 갖고 싶어 하는 해외 입양자에게 한국문화나 언어를 가르치고 친부모 찾기를 돕는다. 이번 응원단에는 해외에서 자란 40명도 합류해 개회식이나 모굴 경기장에서 성원을 보냈다. 김복성 코치는 “응원에 와줘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한국의 해외입양아는 커다란 커뮤니티다. 나 자신 그 대표라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은 국제 입양대국이었다. 봉사회 정애리 회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22만 명의 아이들이 미국과 유럽 등지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한국전쟁 후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 되는 부모가 속출하자 국가는 해외 입양을 장려했다. 1987년에는 국내입양아가 약 2300명이었는데 비해 해외입양은 약 8000명을 헤아렸다. 그 뒤 “부모가 못 키우는 아이는 사회가 키우자”며 아동시설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했으나 그래도 1990년대에 연간 2000명 정도가 해외로 건너갔다. 박유정 이미현은 그 세대다.
저출산의 흐름도 있어 2016년에 해외 입양아는 334명, 국내입양아도 546명이 됐다. 정 회장에 따르면 “정책 전환으로 입양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쳐져 이미지도 나빠졌다”고 설명한다.
그 자신은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래도 생활만 된다고 전부가 아니다. 주위와의 밀접한 관계가 필요하다. 입양은 가족이 생긴다. 어려울 때 서로 돕고 결혼이나 출산의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생기는 거다”라고 말한다.
그런 해외입양 출신 선수가 묘하게도 태어난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태어난 나라의 대표로 출장한다.
“다른 선수는 가족이나 친척, 이웃이 많이 응원하러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입양 선수는 태극기를 달고 있고 키워준 부모야 멀리서 와주겠지만,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래서 우리가 성원을 보내는 겁니다.”
이미현은 대회 후에도 한국에서 살며 친부모를 찾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입양아는 ‘왜, 어떤 마음으로 나를 보냈는가’를 알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버린 게 아니다. 너를 위해서였다’는 말을 친부모로부터 듣고 싶은 거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