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렴대옥-김주식 개인 최고점… 새 역사 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5일 03시 00분


피겨 페어 쇼트 69.40점 깜짝 11위… 15일 프리서 북한 첫 ‘톱10’ 가능성
한국 김규은-감강찬은 최하위 탈락

14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페어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북한의 김주식-렴대옥(왼쪽부터)이 연기를 마친 뒤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4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페어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북한의 김주식-렴대옥(왼쪽부터)이 연기를 마친 뒤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19)과 김주식(26)이 빙판에 오르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는 그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17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은 인공기를 흔들면서 “김주식! 렴대옥!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외쳤다. 일부 한국 관중도 박수로 둘을 맞이했다.

안방 같은 응원을 받은 렴-김 조는 14일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69.40점을 기록해 자신들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경신했다. 이들의 기존 최고점은 65.25점. 비틀스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에 맞춰 강렬한 연기를 펼친 렴-김 조는 점프와 리프트 등 모든 요소에서 가산점을 챙기는 ‘클린 연기’를 펼쳤다. 11위로 16개 팀에 주어지는 15일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확보한 이들은 북한 피겨 최초의 톱10 진입을 노려 볼 수 있게 됐다.

렴-김 조는 자신들의 점수가 발표되자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북한 응원단은 “장하다. 우리 선수 장하다”라고 외쳤다. 이들은 한국 관중으로부터 인형 선물을 받기도 했다.

렴-김 조는 2일부터 강릉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일찌감치 결전지에서 프로그램을 점검해 온 이들은 경기 전날인 13일에 예정에 없던 훈련도 했다. 당시 김주식은 “연습이 아주 잘돼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키스앤드크라이존에 렴대옥, 김주식과 동행한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캐나다)는 “두 선수는 성실함이 강점인 모범생이다. 항상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트 코치는 지난해 여름 캐나다에서 렴-김 조를 지도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주식과 렴대옥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김주식은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우리 응원단과 남측 응원단이 마음을 합쳐 열광적 응원을 해줬다. 그것에 고무돼 경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것을 느꼈고 단합된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렴대옥은 “내가 빛날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 당에서 나를 이만큼 키워 주고 이끌어 줬기 때문이지 나 혼자 빛난 것이 아니다. 우리 감독 동지와 짝패 동지(김주식)가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북한 김일국 체육상과 함께 페어 경기를 봤다. 김 체육상은 “렴대옥(149cm)이 크지 말아야 하는데 점점 몸이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어는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들어올리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여자 선수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한편 한국 페어 김규은(19)-감강찬(23) 조는 최하위(22위)로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실패했다. 이들은 42.93점을 기록했다. 착지 실수를 범한 김규은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침에 컨디션도 좋았는데 평소에는 하지 않던 실수를 했다”면서 “큰 대회에 나왔다는 데 만족하고 다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렴대옥#김주식#평창 겨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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