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거부감은 없습니다.” 어떤 경기라도 좋으니 올림픽을 보고 싶어 서울에서 왔다는 58세 남성은 이렇게 답했다. 뼈가 시릴만큼 추운 밤의 바이애슬론 경기장. “한국 대표에 러시아 출신 선수가 있는데요…”라고 관객석에서 물었다. 남성은 “강한 선수가 없으니까. 좋은 성적을 올리면 좋은 것 아닐까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한국선수단에는 이 올림픽을 위해 한국적을 취득한 유럽 미국 출신 선수가 15명 있다. 한국이 과거의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53개는 모두 스케이트. 한국체육회는 취약한 경기에 대해 국제수준의 선수를 영입하는 전략에 나섰다.
본인의 국적을 잃지 않고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는 ‘특별귀화’를 사용했다. 국적법에 ‘과학 경제 문화 스포츠에서 우수한 능력을 갖고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자’에 주어진다고 규정된 제도다.
아이스하키에 남녀 10명, 바이애슬론에 남녀 2명, 피겨스케이트·아이스댄싱 남자와 루지 여자에 1명씩. 출신국은 캐나다 8명, 미국 러시아가 각 3명씩, 독일이 1명이다.
한국인들은 이들을 응원할 수 있을까.
다시 바이애슬론 경기장. “안현수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관계없어요”라고 23세 여성은 쿨하게 답한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트 쇼트 트랙에서 3개의 금메달을 한국에 안겨준 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국적을 취득해 3관에 빛난 빅토르 안의 경우를 예로 든다. 44세의 남성도 “이 글로벌 시대에 그런 것쯤이야”라며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한국적을 취득한 선수도 있는 가운데 캐나다 출신 아이스하키 남자의 골키퍼 맷 달튼은 2014년부터 아시아 리그 한라에 소속. 그 국가·지역에 36개월 이상 살면 외국적이라도 대표선수가 될 수 있는 럭비의 요건도 만족할 정도로 오래 한국에 체재하고 있다.
“한국적 취득은 물론 올림픽이 주요 이유죠. 그래도 한국의 젊은 선수나 지도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수준높은 연습을 함께 함으로써 한국에 자극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한편으로는 강한 국가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서울대 김유겸 교수(스포츠 경영학)은 “국가가 개인을 선별한다는 뜻에서 국가주의다. 경기마다 올림픽을 목표로 해온 국내 선수들이 있는데 국가가 개인의 자격을 인위적으로 빼앗고 있다. 특별귀화 선수는 대회가 끝난 뒤에는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크고 스포츠에 대한 기여라는 점에서도 기대감은 희박하다. 경기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주요하지만 그 질도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러시아 출신 바이애슬론 3인은 각 종목에서 10위권밖 순위에 머물렀지만 루지 여자 싱글에서는 독일 출신 에일린 프리쉐가 이 종목에서 한국역대최고인 8위를 차지했다.
개최국으로서 강화책이란 측면과 절조없는 메달주의라는 측면. 특별귀화 선수들이 대회 뒤 어디서 무엇을 할지는 확실히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