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가 진행된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 12번째로 연기를 펼친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 조는 대기석인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초조하게 점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24개팀 중 20개팀만 진출 가능한 프리댄스 무대에 서야 공들여 준비한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칠 수 있기에 둘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식스티 원(61)”이라는 장내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둘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어떻게든 프리댄스 무대에 서서 아리랑에 맞춰 연기하고 싶다”는 둘의 바람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이날 민유라-겜린 조의 쇼트댄스 점수는 61.22점. 기술점수(TES) 32.95점, 예술점수(PCS) 28.28점을 합쳐 61.22점을 받았다. 2017~2018시즌 최고점인 61.97점과 격차가 고작 0.75점이었을 정도로 최상의 결과였다. 앞서 열린 팀 이벤트(단체전) 쇼트에서 민유라의 상의 후크가 풀리는 악재 속에서 받은 51.97점보다 크게 향상된 점수였다. 민유라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우리 나라 뉴스에 네가 나오더라’고 알려줬다. 연기 도중 상의 끈이 풀어진 선수로만 나를 알고 있었을 텐데 쇼트댄스를 통과해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민유라-겜린 조는 이날 정열적인 라틴 리듬에 맞춰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점수가 발표된 순간 이들의 순위는 4위. 7개팀을 제치며 프리댄스 진출을 확정하자 관중석에서도 엄청난 환호가 터졌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들의 표정에 기쁨이 그대로 묻어났다. 최종 순위는 24팀 중 16위.
겜린은 “프리댄스 출전권을 따낸 것 자체로 엄청나게 기쁘다. 한국 팬들 앞에서 아리랑에 맞춰 연기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어머니께서 TV를 보며 울고 계실 것”이라고 밝혔다. 민유라는 “최선을 다해 쇼트댄스를 마쳤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선 앉아서 기다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점수를 받는 순간에 정말 떨렸다”고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프리댄스를 준비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밝힌 키워드는 ‘감성’이다. 프리댄스 진출을 목표로 연기한 쇼트댄스에선 기술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다면, 프리댄스에선 간절히 원했던 연기를 마음껏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이들의 프리댄스 곡은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이다. 한국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민유라는 “프리댄스에선 그간 마음에 담아뒀던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했고, 겜린은 “쇼트댄스는 기술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다면, 프리댄스에선 느낌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할 차례”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의 프리댄스는 20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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