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이어 결승서 재격돌 가능성 커
객관적 전력 네덜란드 앞서지만 크라머르 1만m 6위 부진이 변수
지난 대회 패배 설욕 벼르는 한국… 이승훈 5000-1만m 선전에 기대감
태극전사의 안방 설욕이냐, 오렌지군단의 타이틀 방어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한국과 네덜란드가 4년 만에 다시 우승을 향한 리턴매치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이 종목 결승에서 맞붙었다. 한국은 빙속 강국 네덜란드의 벽에 막혀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한국과 네덜란드는 결승에서 만날 공산이 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예선에서 이승훈(30), 김민석(19), 정재원(17)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준준결승에서 3분39초29를 기록해 전체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소치 올림픽 은메달 획득 당시 기록인 3분40초85도 1초 이상 단축했다.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32)가 이끄는 네덜란드는 3분40초03으로 2위에 올랐다.
21일 열릴 준결승에서 한국은 예선 4위 뉴질랜드와, 네덜란드는 3위 노르웨이와 맞붙는다. 준준결승에서는 기록이 빠른 순으로 준결승 진출 팀을 나눴지만 준결승, 결승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무난히 준결승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네덜란드에 열세로 평가된다. 네덜란드는 크라머르뿐 아니라 얀 블록하위선(29), 쿤 페르베이(28) 등 소치 금메달 멤버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큰 무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관록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은 은메달 멤버 중 이승훈만 주력으로 남았다. 아직 10대인 김민석, 정재원 등 신예들은 ‘이승훈과 아이들’로 불리고 있다. 경험 부족이 우려되지만 김민석이 평창 올림픽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승훈의 부담을 덜어줄 전력으로 급성장했다. 정재원은 올림픽을 앞두고 이승훈과 한국체대에서 집중훈련을 하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소치 때 은메달 멤버였던 주형준(28)은 예비멤버로 뒤를 받치고 있다.
3인 1조로 팀 호흡이 중요한 만큼 팀을 이끄는 ‘캡틴’의 컨디션도 메달 색깔을 결정지을 중요한 열쇠다. 크라머르는 자신의 첫 경기인 5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후 주춤거리고 있다. 삼수 끝에 우승을 넘봤던 1만 m에서 6위를 기록하며 ‘불운의 아이콘’이 됐다. 팀추월 준준결승에서도 맏형 역할을 제대로 못하며 한국에 선두를 내줬다.
이승훈의 컨디션은 최상에 가깝다. 5000m에서 5위를 기록한 뒤 1만 m에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딸 당시 자신이 세운 개인기록을 경신하며 4위에 올랐다. 경기 후 “크라머르를 이겨서 괜찮다”고 한 이승훈은 “(5000m, 1만 m는) 연습 삼아 탔고 팀추월, 매스스타트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의 말처럼 준준결승에서 동생들을 이끌고 최상의 호흡을 선보이며 1위에 올랐다.
제갈성렬 본보 해설위원은 “네덜란드 선수들이 개인종목에서 힘을 빼 예상 밖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선수들이 컨디션도 좋고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준 만큼 설욕전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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