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목 1500m 예선탈락 충격 털고 “20일 결선은 꼭 좋은 성적” 열의
최민정과 치고 나가주면 승산 충분
쇼트트랙 첫 금 벼르는 中 경계1호
에이스 최민정(20)의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메달 획득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여자 대표팀의 남은 과제는 주장 심석희(21)의 페이스 회복이다. 최민정과 함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심석희는 아직까지 100%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500m는 물론이고 자신의 주 종목인 1500m에서도 첫 경기 초반에 미끄러지며 예선 관문을 넘지 못했다. 미처 제 실력을 점검해볼 기회도 잡지 못했다.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하는 등 대회를 앞두고 겪은 정신적 충격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열리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심석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본보 해설위원인 전이경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은 “치고 나갈 줄 아는 선수가 두 명이나 있다는 건 확실히 큰 힘이다. 같은 날 1000m 예선도 열리긴 하지만 석희가 부담을 털어버린다면 계주 전력에 확실히 큰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주에서는 막판 스퍼트를 내는 2번 주자만큼이나 레이스를 시작하는 1번 주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표팀에서는 주로 심석희가 1번을, 최민정이 2번을 맡는다. 전 감독은 “3000m가 긴 것처럼 보이지만 남자 5000m 계주와 비교하면 막상 추월의 기회가 많지 않다. 경기 초반부터 어떻게 레이스를 끌고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에서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은 심석희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2관왕 이정수 KBS 해설위원도 “(전력 평준화가 되면서) 3, 4번 주자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남자 계주와 달리 여자 계주는 여전히 1, 2번 주자들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 크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 대표팀은 안방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다. 여자 대표팀은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 쇼트트랙이 도입된 이후 총 7번의 대회에서 5차례나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8-4-8 프로젝트(금 8, 은 4, 동 8)’를 위해서라도 이 종목 금메달이 절실하다.
그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듯 심석희도 주위의 염려와 달리 계주 금메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18일에는 전날 1500m 출전으로 휴식 스케줄이었는데도 훈련을 자청해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보며 밝은 표정으로 1시간여 훈련을 소화했다. 심석희의 소속사 갤럭시아SM 관계자는 “(1500m 예선 도중 넘어졌음에도) 다행히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1500m 예선 탈락의 충격이 없지 않았지만 3000m 계주는 단체 종목인 만큼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경계 대상은 중국이다. 10일 예선에서 중국은 당일 한국이 세웠던 올림픽신기록(4분6초387)을 그 자리에서 4분5초315로 갈아 치우며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19일 현재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은메달 1개에 머물러 있어 계주에서는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소치 올림픽 당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선전과 성적 부진 등으로 가슴앓이를 했던 한국은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뒤 눈물을 쏟아내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었다. 이후 1000m에서 박승희(26)가 금, 심석희가 동메달을 따며 상승세로 이어졌다. 평창 올림픽 대표팀도 다 함께 함박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까. 3000m 계주 결선은 20일 오후 8시 30분경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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