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화수분 야구’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만큼 육성에 능하다. 이런 두산에서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을 받았다는 것은 잠재력 보증에 가깝다. 곽빈(19)은 배명고 시절 최고구속 150㎞ 강속구를 뿌렸다. 2018년 청소년야구대표팀에서는 에이스 역할까지 했다.
곽빈은 두산의 호주 시드니캠프 전훈 엔트리에 들어갔다. 두산의 두꺼운 선수층을 떠올리면, 그 자체로 놀랍다. 곽빈은 “솔직히 캠프에 갈 수 있을지 몰랐다. 졸업한 뒤 운동을 꾸준히 했고, 재활센터도 다녀 몸은 자신 있었다”고 벅찬 감격을 말했다. “데뷔 첫해 잠실 마운드에 서겠다. 완투도 해보고 싶다”는 그의 꿈이 조금씩 무르익고 있다.
아무리 곽빈이 초고교급 투수였을지라도 국가대표 선수가 즐비한 두산에서 주눅부터 들법하다. 그러나 두산의 포용적 팀 문화는 어린 곽빈에게 편안함을 줬다. 곽빈은 “첫 불펜 피칭은 엉망이었다. 거의 반년 만에 공을 던졌다. 처음엔 아예 느낌이 안 왔다. 힘만 잔뜩 들어가 어떻게 던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두 번째 불펜피칭부터 약간 감이 왔다. 특히 포수 양의지 선배가 공을 받아주니 집중이 잘 됐다. 너무 긴장돼 기억은 잘 안 나지 않지만, ‘양의지 선배의 글러브에 제대로 공을 던지자’는 마음뿐이었다”고 고백했다.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물집이 잡혔다. 곽빈은 “고교 때도 물집이 잡히곤 했다. 참을만했다. 괜찮다”고 웃었다.
팬들이 영건투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개 관대하고 애정이 깊다. 곽빈도 잘 안다. “기분 좋지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베테랑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사인대로 포수 미트 보고 던지겠다”고 패기를 강조했다.
곽빈의 2018년 목표는 선명하다. 1군 엔트리에 살아남아서 잠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다. “완투”라는 포부에는 당연히 ‘두산 선발투수’라는 목적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곽빈은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