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네트터치가 선언됐다. 이를 수긍하지 못한 팀에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은 아무리 화면을 돌려봐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국 판독불가로 판정했다. 규정에 따라 원심대로 네트터치가 인정됐다. 매치포인트 상황이라서 그렇게 게임이 끝났다.
이런 ‘황당한’ 일이 18일 인천 흥국생명-인삼공사전에서 실제 일어났다. 5세트 마지막 점수가 판독불가로 나왔다. KOVO는 20일 “정밀판독 결과, (흥국생명 센터 임해정의) 네트터치가 맞았다”고 말했다. 흥국생명도 결과 자체는 인정한다. 그러나 당일 경기를 봤던 관중과 시청자들, 진 팀 흥국생명은 개운함을 얻지 못했다. 판정의 권위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의 정당성에서 확보되기 때문이다.
판독불가는 ‘비디오를 봐도 육안으로 판별이 안 될 때’ 쓸 수 있다. 터치아웃 여부, 인 아웃 여부를 도저히 구분 못할 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네트터치는 성격이 다르다. 판독불가가 나올 만큼 모르겠다면 네트에 안 맞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18일의 감독관들은 판독불가를 선언해놓고, 결과적으로 네트터치 정심을 인정하는 모순적 판정을 했다. 쉽게 말해 ‘네트터치인지 모르겠는데 네트터치다’라고 해석한 꼴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신춘삼 경기운영위원장은 “당시의 판독불가 판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해당 감독관들에게 벌금 징계가 내려졌다. 흥국생명에는 구두로 오심은 아니었지만 혼선을 일으킨데 대해 사과의사를 전했다.
핵심은 ‘왜 감독관들이 판독불가를 남용하는지’에 있다. 배구계에서는 과감히 판단을 내리다 오심을 하는 것보다 ‘모르겠다’고 하는 편이 차라리 안전하다는 ‘보신주의’의 영향이 아닌지 우려한다. 지난해 12월 오심 사태로 심판 2명이 사실상 퇴출된 사태를 겪은 뒤 심판도, 감독관도 ‘실수하면 끝’이라는 위축감을 떨치지 못하는 듯하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수록 그 조직은 약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