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스타 차민규 테크닉 집중분석, 어떻게 곡선주로 강자가 됐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2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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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선물한 차민규는 스타트가 느리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뛰어난 곡선주로 스케이팅 능력을 지녔다. 그는 “과거 쇼트트랙 선수 시절의 경험”을 폭발적인 스피드의 비결로 꼽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선물한 차민규는 스타트가 느리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뛰어난 곡선주로 스케이팅 능력을 지녔다. 그는 “과거 쇼트트랙 선수 시절의 경험”을 폭발적인 스피드의 비결로 꼽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곡선주로에 진입한 차민규(25·동두천시청)의 스케이팅은 거침없었다. 100m 구간을 통과하기 무섭게 가속도가 붙었다.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거머쥔 비결이다.

차민규의 100m 구간기록은 9초63. 16위를 기록한 모태범(29·대한항공)보다 오히려 느렸다. 실제로 스타트라인에서 100m 구간까지 기록을 일컫는 ‘제로백’을 단축하는 것은 차민규의 오랜 과제다. 이는 스타트 강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스타트는 100m 구간기록은 물론 종속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다수가 레이스에 앞서 “스타트가 관건”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스타트가 레이스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것을 일컫는다. 특히 차민규와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하바드 로렌트젠(노르웨이) 등 곡선주로에 강한 선수에게 스타트는 생명이다. 우승의 보증수표와도 같아서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오용석 감독 “곡선주로 스케이팅 워낙 좋아”

2002년부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로 일하고 있는 오용석(49) 단국대 감독은 차민규의 레이스를 지켜본 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경기를 하네.” 그에게 차민규가 은메달을 따낸 비결을 묻자 “100m 구간을 9초6대로 통과한 덕분”이라며 “곡선주로에서 스케이팅이 워낙 좋다. 이번 대회의 경우에는 막판에 아웃코스에서 뛰는 선수를 보며 그만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차민규는 결승선을 앞두고 인코스로 진입하는 시점에 속도를 더욱 끌어올렸는데, 이는 두 번째 곡선주로를 안정적으로 통과한 덕분이다. 이날 24초대의 400m 구간기록을 작성한 선수는 로렌트젠(24초67)과 차민규(24초79) 두 명뿐이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무시할 수 없는 쇼트트랙 선수 경력

차민규는 처음엔 쇼트트랙 선수였다. 2011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는데, 스피드가 워낙 뛰어나 늘 단거리의 차세대 주자로 손꼽혔다. 기존의 스피드에 쇼트트랙 선수 시절 꾸준히 훈련한 곡선주로 주행능력까지 장착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500m와 1000m를 동시 석권한 2017년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곡선주로에서 스피드를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

차민규에게 직접 물었다. ‘곡선주로에서 특히 강한 비결이 무엇인가.’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과거 쇼트트랙 선수 시절의 경험이다. 그때 훈련한 것이 곡선주로에 진입했을 때 큰 도움이 된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아웃코스를 돌며 추월을 노리고,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인코스를 파고들며 앞지르는 기술을 연마한 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트랙의 너비가 짧은 쇼트트랙과 견줘 수월할 듯하지만, 속도가 줄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차민규도 피나는 노력을 동반한 덕분에 ‘곡선주로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모태범도 “(차)민규가 정말 많이 노력했다. 정말 열심히 하더라”며 “우리나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가 다소 침체기였는데, 2017년부터 민규가 잘해주고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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