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자 싱글 전쟁 21일 막올라… 세계 2위 오즈먼드, 첫 점프 관건
31세 노장 코스트너도 복병 꼽혀
김연아(28)가 떠난 은반의 새 여왕을 꿈꾸는 ‘꽃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가 2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막을 올린다. 메달 후보들이 팀 이벤트(단체전)를 통해 빙질 적응을 마쳤기에 쇼트프로그램부터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후보는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참가한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와 알리나 자기토바(16)다. 두 선수 모두 다양한 트리플(3회전) 점프를 실수 없이 소화해내 고득점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1월 유럽선수권에서 자기토바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3회전 점프 8개를, 메드베데바는 7개를 뛰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는 점프를 한 뒤에 공중에서의 회전력이 탁월하다. 이 때문에 3회전 점프의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메드베데바가 역대 총점 순위 1위(241.31점)를, 자기토바가 2위(238.24점)를 차지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같은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두 선수의 특징은 비슷하다. 하지만 연기력은 메드베데바가 앞선다. 시니어 첫 시즌인 자기토바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연기 후반부에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선수권에서 예술점수(PCS)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메드베데바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자기토바는 모든 점프를 가산점이 있는 후반부에 배치하는 전략으로 높은 기술점수(TES)를 얻어 메드베데바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두 선수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지만 빙판에서는 철저한 라이벌 관계다.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와 함께 훈련을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 길만 똑바로 걸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피겨는 개인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자기토바는 ‘의상이 메드베데바가 과거에 사용한 것과 비슷하다’는 말에 “메드베데바의 의상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나만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요소를 더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두 선수를 견제할 선수로는 세계 2위 케이틀린 오즈먼드(23·캐나다)가 꼽힌다. 김연아를 롤 모델 중 하나로 꼽는 오즈먼드는 첫 점프를 잘 성공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안소영 빙상연맹 부회장은 “오즈먼드는 점프 후 비거리와 체공 시간이 탁월한 선수다. 특히 첫 점프인 3회전 플립-3회전 토루프(기본 점수 9.6점)를 성공시키면 최고 가산점(3점)을 받으면서 고득점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점프를 실패하면 급속도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즈먼드는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첫 점프를 실수하면서 3위에 그쳤다. 오즈먼드는 “한 번의 실수가 있어도 그것으로 연기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노장 카롤리나 코스트너(31·이탈리아)는 ‘복병’으로 꼽힌다. 코스트너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서른 살이 넘은 나이에 따른 체력 문제로 3회전 점프 3개를 경기 전반부(프리스케이팅 기준)에 뛰기 때문에 많은 가산점을 받지 못한다. 점프의 질은 떨어졌지만 표현력과 감성은 어린 선수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트너는 “나는 모든 대회를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피겨를 그만두기 전까지 모든 순간을 최대한 즐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코스트너가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하고 곡 해석 능력 등 예술 요소의 강점을 살린다면 이변을 노려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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