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 둘, 둘보다는 셋이었다. 이승훈(30·대한항공)-김민석(19·성남시청)-정재원(17·동북고)으로 구성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팀추월대표팀이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메달을 수확한 비결은 바로 완벽한 팀워크였다. 개인별 능력치를 극대화한데다 완벽한 조직력을 곁들이니 무서울 게 없었다. 이들의 질주는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국은 21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노르웨이(3분37초32)에 1초20 뒤진 3분38초52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4년 전 소치대회 팀추월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던 한국은 2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내며 이 종목 강국임을 입증했다. 팀추월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6년 토리노대회부터 이 종목에서 4개(금1·동3)의 메달을 따낸 소치대회 챔피언 네덜란드 다음으로 많은 2개의 메달을 수확한 한국이다.
● 숨 막혔던 준결승, 역전의 용사들이 해냈다!
이날 결승에 앞서 펼쳐진 뉴질랜드와 준결승은 메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자체로 그 의미가 컸다. 올림픽 2회 연속 결승 진출은 팀추월의 강국임을 증명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결국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피터 마이클(29)을 앞세운 뉴질랜드와 막판까지 치열한 승부를 벌이다 결승선까지 한 바퀴를 남겨두고 역전에 성공했다. 탄력이 붙었다. 그대로 결승선까지 내달리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은 마지막 8번째 바퀴를 26초89에 통과했다. 27초85를 기록한 뉴질랜드보다 1초 가까이 빨랐다. 7바퀴째까지 3분11초93의 기록으로 뉴질랜드(3분11초68)에 끌려갔던 사실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역전 드라마였다. 맏형 이승훈은 선두와 후미를 오가며 김민석과 정재원을 독려했고, 후배들은 묵묵히 선배의 결정을 따랐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껴뒀던 체력을 마지막에 쏟아낸 결과는 달콤했다. 강한 믿음으로 다진 팀워크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 ‘압도적 피지컬’ 노르웨이 상대로 잘 싸웠다!
결승 상대는 하바드 보코(31)-시멘 닐센(25)-스베르 페데르센(26)이 짝을 이룬 노르웨이였다. 준결승에서 스벤 크라머(32)를 앞세운 네덜란드를 꺾은 노르웨이의 기세는 대단했다. 이번 대회 5000m 동메달리스트 페데르센을 제외하면 이름값에선 네덜란드에 다소 밀리지만, 압도적 피지컬과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결승 무대까지 밟은 까다로운 상대였다.
노르웨이의 스퍼트에 끌려가던 한국은 3바퀴 반째를 돌며 0.19초차로 앞지르기에 성공했다. 노르웨이가 초반부터 워낙 빠르게 치고 나간 터라 중반부터 속도를 높여야 했다. 역전에 성공한 것을 확인한 관중의 함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결승선까지 4바퀴를 남겨둔 상황부터 조금씩 힘이 떨어졌다. 노르웨이가 13초2대의 구간기록을 유지한 반면, 한국은 8번째 구간에서 13초31을 찍은 이후 한 번도 13초4 이내로 구간을 통과하지 못했다. 격차는 점점 벌어졌고, 노르웨이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에게서 아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코치와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관중석을 향해 태극기를 흔들었다.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여자팀추월대표팀이 논란에 휩싸인 것과 달리 남자팀추월대표팀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이 종목 강국의 자존심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