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에게 스켈레톤 황제 자리를 내어준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는 배포가 큰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속은 쓰렸을지 모르지만 전임 ‘황제’는 위엄을 잃지 않았다.
21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성빈이 전한 두쿠르스의 이번 대회 마지막 모습이다. 스켈레톤 8년 천하의 주역인 두쿠르스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4위에 그치며 무관의 굴욕을 당했다. 이미 직전 월드컵 시즌에도 세계랭킹이 4위로 처지며 윤성빈이 최정상에 오르는 걸 지켜봐야 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윤성빈의 금메달을 진심으로 축하해 준 것이다.
윤성빈은 그런 두쿠르스를 우상으로 꼽는다. 처음 금메달을 확정하고 주변의 축하인사를 받을 땐 기쁨이 컸다. 하지만 대기실에서 그런 자신을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을 두쿠르스를 생각하니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윤성빈은 “그가 메달 하나쯤은 가져갔으면 했다”며 “4차 레이스가 끝나고 대기실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의 두쿠르스를 봤을 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그는 내 우상이다”라며 두쿠르스를 치켜세웠다.
윤성빈은 올림픽 이후 목표에 대해 내년 2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우승’을 내걸었다. 이번 올림픽으로 명실상부하게 스켈레톤 황제 자리에 오른 그가 처음으로 치르게 될 타이틀 방어전인 셈이다.
윤성빈은 “아직 이 종목에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선수가 없다. 세계선수권에 집중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다음 세계선수권은 내년 2월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 장소에서 열려 자신 있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휘슬러에서 윤성빈은 직전 시즌을 포함해 총 2번 월드컵 대회에서 정상을 밟았다.
윤성빈은 10년 뒤를 내다봤다. 윤성빈은 “지금까지 몸 관리를 잘해왔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스켈레톤은 선수가 자기 관리만 잘하면 오래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래서 10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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