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을 줄곧 관객석에서 취재해왔다. 스탠드에서는 대체로 평온한 시간이 흘러간 듯하다.
19일 봅슬레이는 보안검사에 시간이 걸려 내가 들어갔을 때는 경기시작 시간을 45분이나 지나 있었다. 하지만 순서를 기다리는 행렬에서 짜증을 내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입장게이트에서 코스까지는 또 15분 정도 언덕을 올라야 한다. 구불구불한 모양의 코스와 순식간에 눈앞을 지나가는 썰매를 보고 만족했는지 서둘러 돌아가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한국은 겨울스포츠에 익숙지 않은 편이다. 대회 전 입장권 판매가 부진해 전국의 행정기관이나 시민단체가 대회조직위로부터 입장권을 사들여 사회교육 등 명목으로 시민에게 나눠줬다. 서울시처럼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찾는 경우도 있었다. 19일에도 내 앞에는 한국 남부에 위치한 전주 시민협의회 깃발을 든 일행이 있었다.
이런 움직임도 있어 한국인들은 관광 유람하듯 ‘느슨한 관전’을 즐겼다. 그것은 그것대로 ‘보는 스포츠’ 제공이라는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다만 관심이 일과성으로 끝날 우려는 작지 않다.
개회식이 열린 9일, 경기장 입장 게이트에는 이 평창올림픽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나 깃발을 든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있었다. 그 중 한사람이 ‘평창올림픽 시민 모니터링단’ 간사인 이경렬 씨다.
반대하는 이유의 근저에는 ‘예산 낭비’가 있다. 경기시설 13개소 중 강원도가 대회가 끝난 뒤 관리할 7개소는 연간 총 101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썰매경기에 대해 1998년 겨울올림픽을 열어 이미 시설이 있는 나가노와의 분산개최를 주장해왔다. 강릉시의 빙상 경기장도 신설하는 대신 아이스하키나 스케이트 일부를 링크가 풍부한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이들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고 올림픽은 시작됐다. 현재 주장하는 것은 검증방식이다. 대회 조직위는 국내법에 따라 6개월 이내에 대회에 관한 평가서를 정부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는 패럴림픽 개막 1년 후인 2019년 3월, 조직위는 해산할 예정이다.
이경렬 씨는 “시민단체 등이 평가서를 검증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최소한 대회 후 2년은 남겨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경기장을 쓸모없는 건물로 하지 않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된다. 강릉시에 자리한 가톨릭관동대 이용식 교수(스포츠 정책학)는 “겨울스포츠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겨울스포츠 인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강릉은 경기마다 협회가 있지만 ‘동계스포츠재단’같은 횡단적인 조직을 만들면 시민대회 개최 등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제언한다.
베이징 개최가 결정된 2022년 겨울올림픽 유치전 때는 거액의 경비에 불안을 느낀 유럽세가 모두 포기하면서 베이징과 알마티(카자흐스탄)만 남았었다. 평창올림픽 시설활용은 겨울올림픽의 미래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