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렸던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 이날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는 빙판과 관중석을 향해 쉼 없이 터졌다. 이유는 하나였다. 한국피겨를 이끌었던 ‘여왕’과 그 뒤를 이으려는 ‘후계자’의 모습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원래 이날 경기는 최다빈(18)과 김하늘(16)의 출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아직 세계 정상급 기량은 아니었지만 안방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둘은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고 활짝 웃었다.
먼저 경기에 나선 김하늘은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펼쳤다. 큰 실수를 범하지 않고 경기를 끝내 기술점수(TES) 67.03점과 예술점수(PCS) 54.35점을 받았다. 21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얻은 54.33점을 합쳐 총 175.71점으로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마쳤다. 최종 13위.
뒤이어 나선 최다빈은 첫 번째 과제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트리플 러츠를 성공시킨 뒤 후속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이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다빈은 당황하지 않고 이후 모든 점프와 스텝, 스핀을 성공시켰다. 후반부에는 더블 토루프를 추가해 앞선 실수를 일부 만회하기도 했다.
점수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술점수(TES) 68.74점과 예술점수(PCS) 62.75점이 합해져 총 131.49점을 얻었다. 쇼트프로그램 67.77점을 더한 최다빈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개인 최고점인 128.45점(2017년 세계선수권)을 훌쩍 뛰어넘는 199.26점을 받았다. 동시에 생애 첫 올림픽에서 7위에 오르는 기쁨도 안았다.
경기 직후 울먹이며 감정을 표출한 최다빈은 “첫 점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끝까지 잘 이어가 만족스럽다. 이번 시즌은 참 힘들었는데 무사히 마쳐 기쁘다”고 웃었다.
그리고 이날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 준 존재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자신의 롤모델인 김연아(28)였다. 최다빈은 “(김)하늘이가 먼저 연기를 마친 뒤 (김)연아 언니가 응원을 왔다고 말해줬다. 너무 든든했다”고 말했다.
최다빈의 설명대로 이날 강릉아이스아레나엔 김연아가 관중석에 자리했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선배의 입장으로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김연아는 후배들의 연기 도중 힘찬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힘을 불어넣어줬다. 최다빈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뒤에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연아는 후배들의 성장세가 그저 기특한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이다 보니까 후배들이 긴장하거나 떨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두들 자신 있게 연기를 펼쳤다. 참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최)다빈이는 어려운 과정도 많았지만 역시 잘해줬다. 알아서 잘하는 선수”라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던 ‘피겨 여왕’은 그러나 자신과 후배들의 비교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은퇴한 지 4년이 지났다. 이제 나와 후배들의 실력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나는 다른 시대의 사람”이라고 답했다.
다소 급작스러운 인터뷰였지만, 김연아는 대화 내내 담담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후배들을 칭찬할 때면 특유의 밝은 미소가 나왔다. 김연아와 함께 경기를 관전한 이준형(22) SBS 해설위원은 한 마디 설명으로 김연아의 속마음을 대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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