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메시지 답장하느라 잠 못잤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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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폐막]한국 첫 설상종목 메달 이상호
“심리 트레이닝 덕에 긴장감 극복… 준결승 0.01초차 승리 짜릿”

“경기가 끝난 뒤 카카오톡 축하 메시지를 1000개 넘게 받았어요. 답장하느라 오전 3시까지 잠을 못 잤는데 아직도 읽지 못한 메시지가 400통이 넘어요.”

한국 설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는 새 역사를 쓴 이상호(23·한국체대)를 메달을 딴 지 약 24시간이 흐른 25일 휘닉스스노경기장에서 만났다. 긴장감이 풀려 몸살기가 있다는 그는 “올림픽의 긴장감이 월드컵과는 확실히 다르더라. 다 끝나고 나니 온몸이 부서지는듯 아팠다”고 했다. 그래도 올림픽 메달이 이제 좀 실감이 난다. “알아보고 사진 찍자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허허.”

전날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결선에서 16강, 8강을 손쉽게 넘은 이상호는 준결승에서 처음 레드코스가 아닌 블루코스를 배정받았다. 이날 결선에서 블루코스에서는 단 한 명의 승리자도 나오지 않을 만큼 악명을 떨쳤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평소 공을 들인 심리트레이닝의 효과가 나타났다. 그저 연습이라 여기며 집중력 유지에 애쓴 이상호는 박빙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4강 상대인 잔 코시르(슬로베니아·34)는 자신이 이긴 줄 알고 세리머니까지 했지만 전광판은 0.01초 차 이상호의 승리를 알렸다.

“같은 기록이 나오면 예선 성적이 좋은 선수가 올라가요. 제가 0.01초라도 늦었다면 진 경기였죠. 불리했던 블루코스에서 열심히 타고 이겨서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결승에서 네빈 갈마리니(32·스위스)에게 0.34초 차로 금메달을 내줬지만 불모지였던 한국 설상에서 나온 올림픽 최초의 메달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이상호는 만족할 줄 몰랐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해서 기뻤어요. 하지만 금메달이라는 목표에 아주 근접하긴 했어도 금메달은 아니었잖아요. 아직 멀었어요.”

이상호의 동생 상준(20·한국체대 입학 예정)은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이다. 두 형제는 비록 종목은 달라도 다음 올림픽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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