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017시즌을 마치고 대대적으로 코칭스태프를 개편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도자로 갓 데뷔한 조인성, 조성환 코치를 1군 배터리, 수비 코치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큰 쇄신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든든한 새 수석코치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 시절부터 깊은 인연이 있었던 이강철(52)코치에게 마운드 전력을 총괄하는 수석 코치를 맡겼다.
이강철 수석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선수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지도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KIA에서 메인 투수코치, 넥센에서 수석코치, 그리고 두산에서 퓨처스 감독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이 수석은 26일 일본 미야자키 히사미네 구장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 첫 날 투수들을 이끌고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장원준(33)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는 이 수석에게 ‘10년 연속 10승 기록까지 이제 2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을 건네자 환한 미소가 돌아왔다. 그리고 “장원준이 무조건 깰 거라고 본다. 새 기록을 달성해야 내 이름도 신문에 한 번 더 나오지 않겠냐”고 웃었다.
선수시절 통산 152승 기록을 갖고 있는 이 수석은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매 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KBO리그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최장 승리 기록으로 20년이 지났지만 깨지지 않고 있다. 이 기간 이 수석은 4년 연속 15승 이상, 3년 연속 200이닝 투구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장원준은 지난해 이 수석이 유일하게 갖고 있던 10년 연속 100탈삼진 기록을 두 번째로 달성했다. 또한 8년 연속 10승 기록도 세웠다. 2008년 12승을 시작으로 군 복무를 했던 2012~2013년을 제외하면 매해 10승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올해 10승 이상, 그리고 2019시즌 10승 이상을 올리면 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2020년 10승 이상을 하면 이 수석의 바람대로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이 수석은 “원준이는 자기 관리가 참 철저한 투수다. 열심히 훈련하고 좋은 투구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10년은 물론 그 이상 두 자릿수 승리를 할 수 있다. 기록을 꼭 깰 것이다”며 “나도 무릎 부상으로 고생을 했는데 부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순간 기록을 의식하게 되자 아홉수에 걸려서 고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원준은 앞으로 모든 것을 슬기롭게 이겨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비해 투수 분업화가 철저하고 시즌 경기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앞으로 장원준 처럼 좋은 투수들이 많은 새로운 기록을 달성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선수시절 세운 기록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지만 그보다 훨씬 더 제자에 대한 믿음과 프로야구에 대한 큰 사랑이 담긴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