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보다 일하는 날이 더 좋았어요. 학교요? 잠깐만 왔다 갔다 하면 되는데요, 뭘.”
강원도 원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예지 씨(20·여)는 다음 달 개강을 해도 18일까지는 원주와 평창을 오갈 생각이다. 9일 열리는 평창 겨울패럴림픽 자원봉사를 위해서다. 김 씨는 당초 평창 겨울올림픽에만 참가하려 했다. 마음을 바꾼 데에는 봉사의 짜릿한 경험이 컸다.
올림픽 초반에는 당황했다. 영어 전공자도 아닌데 외신기자를 상대했다. 그러나 버스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어쩔 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을 도와주고 자신감이 생겼다. 나중에는 쉬는 날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를 찾을 정도였고 결국 패럴림픽까지 학업과 봉사를 병행하기로 했다. 김 씨는 “올림픽이 끝나고 ‘표정이 밝고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패럴림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5일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휴식’에 들어간 강원 평창과 강릉 경기장은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약 50개국, 선수 600여 명이 6개 종목에서 금메달 80개를 놓고 실력을 겨룬다. 패럴림픽으로 한국의 세계 스포츠 이벤트 그랜드슬램(여름 및 겨울 올림픽·패럴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은 마무리된다.
패럴림픽 열기는 자원봉사자 사이에서 이미 뜨겁다.
패럴림픽 자원봉사자는 약 6000명. 새 학기와 겹치는 바람에 올림픽 때의 1만4202명보다 절반 이상이 줄어 조직위원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올림픽이 호평 속에 끝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바이애슬론센터 VIP라운지에서 의전 자원봉사를 한 신미정 씨(21·여·광주여대)도 패럴림픽 기간 학업과 봉사를 함께 한다. 수업시간표를 조정해 일주일에 사흘 동안 수업을 몰아서 듣기로 했다. 본격적인 취업준비에 나서야 하는 대학 3학년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가까이서 안내한 일과 바꿀 수는 없었다. 신 씨는 “보람도 보람이지만 인생에 두 번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조직위 인력부에서 봉사한 맹수빈 씨(19)는 며칠 전까지 봉사 중도하차를 고민했다. 패럴림픽 일정과 기숙형 재수학원 입학이 겹쳐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림픽 초반 빙판에서 미끄러져 발목 인대가 늘어났다.
고민하던 맹 씨의 마음을 돌린 건 중년 자원봉사자 부부였다. 자원봉사자들의 봉사 사연을 자원봉사자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공유하는 일을 하던 맹 씨는 이 부부 사연도 올렸다. 이를 알게 된 부부가 “참 고맙다”며 인사하자 마음이 바뀌었다. 맹 씨는 “보람이 무엇인지 느낀 순간이었다. 패럴림픽 때는 발목도 나아질 테니 현장을 뛰어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강태수 조직위 자원봉사부 사무관은 “10, 20대 봉사자들이 축제 같은 올림픽을 맛본 뒤 패럴림픽 봉사까지 긍정적으로 고려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직위와 강원도는 패럴림픽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대회 특징과 장애인 응대 에티켓 등을 교육할 방침이다.
패럴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 정선도 ‘패럴림픽 체제’에 돌입했다.
평창군은 26일∼다음 달 6일을 최종 준비기간으로 정하고 물자 홍보물 서비스 인력 등 4대 분야를 점검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살펴보고 주요 도로 홍보물도 패럴림픽용으로 바꾼다.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는 올림픽 열기를 패럴림픽으로 이어가기 위해 한류스타인 배우 장근석, 아이돌 그룹 B1A4, 비투비와 함께하는 ‘3월의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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