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끝났지만… 끝나지 못하는 ‘경기장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정선 알파인, 복원비만 1000억원… 관리주체 미정 하키센터 등 3곳
시설 유지비만 1년 53억원 예상
레저-공연장 등으로 활용 계획… 강릉 등 실제 이용인구 적어 겉돌아

축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제부터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각국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경기장 시설물들의 사후 활용이다.

9∼25일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역대 최다인 6종목에서 역대 최다 메달(17개)을 수확한 것은 훌륭한 시설물 덕분이었다. 하지만 사후 활용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자칫하면 연간 수십억∼수백억 원의 혈세가 들어갈 판이다. 정부와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각 경기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연간 수십억 원대 적자 현실화

평창 올림픽 경기장 12곳 가운데 관리 주체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4곳이다. 그중 하나인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당초 계획대로 복원할 예정이다. 며칠간 경기를 치르기 위해 2064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다시 복원하는 데도 1000억 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시설을 그냥 둔다면 연간 약 37억 원의 유지비가 필요하다.

관리 주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강릉 하키센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등 3곳은 국가대표 훈련 시설 등으로 활용한다는 큰 그림만 나와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유지비가 문제다. 강원도가 한국산업전략연구원에 의뢰한 용역에 따르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을 유지하는 데만 연간 22억5400만 원이 필요하다. 강릉 하키센터와 올림픽슬라이딩센터는 각각 연간 21억4300만 원과 9억 원이 든다.


시설의 실소유주인 강원도는 국비를 늘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기장 시설 건립 당시 정부와 강원도는 각각 75%, 25%씩 비용을 분담했다. 강원도는 유지비에서도 이 같은 비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와 반대로 국비 25%, 지방비 75%를 주장하다 최근 50 대 50 수준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와 강릉 컬링센터 관리 주체인 강릉시도 나섰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26일 “국도비를 일정 규모 이상 지원해주면 강릉시가 직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냐 지방세냐의 차이가 있을 뿐 시설물 유지를 위해 국민들의 세금이 쓰인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 돈 떠넘기기만 있고 실제 활용 방안은 없다

평창 올림픽 시설물들의 사후 활용 방안이 겉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설물은 넘치는 반면 이를 실제로 사용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이나 강릉 아이스아레나, 강릉 하키센터 등은 모두 다목적 스포츠 레저 시설 또는 문화 공연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경기장 성격은 대동소이한데 사용 목적은 한결같다. 2017년 말 현재 강릉시 인구는 21만3952명이다. 강릉 시민들이 아무리 많이 이용한다 해도 시설물들을 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희범 평창조직위 위원장은 “2022년 겨울 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데 이때 평창과 강릉의 좋은 시설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역시 “2021년 겨울 아시아경기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회성 행사는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나 캐나다 캘거리 등의 올림픽 시설은 일 년 내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흑자를 보는 시설도 있고, 적자라고 해도 지자체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한 빙상 관계자는 “3년 전 분산 개최 얘기가 나왔을 때 몇몇 시설을 수도권이나 강원도 내 다른 도시에 유치했다면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는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시설물 사후 활용 대책#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강릉 하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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