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국가대표팀을 아시아 무대 중심으로 이끌며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박항서(59) 감독이 1일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제 99주년 3.1절을 기념하는 타종 행사에 참석했다.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3.1절 타종식은 일제강점기 시절이던 1919년 3월 1일, 전국 각지에서 전개됐던 대한독립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자리였다. 많은 시민들이 지켜본 이날 행사에는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함께했는데, 주최 측은 박 감독이 이국땅에서 국위선양을 펼쳤다고 판단해 그를 특별손님으로 초대했다.
행사가 끝난 뒤 만난 박 감독은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던 모습과는 달리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타종이 처음이라 행사 시작 전까지 조금 긴장됐다. 게다가 국가는 물론 체육계를 대표해 순국선열을 기리는 자리였기 때문에 더욱 떨렸다”며 수줍게 웃었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렸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간 세계무대는 물론 아시아에서조차 축구 변방에 머물렀던 베트남은 사상 첫 AFC 주관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기쁨을 안았고, 이는 박 감독을 향한 뜨거운 찬사로 이어졌다. 이날 역시 많은 시민들이 박 감독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어 정상적인 인터뷰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박 감독은 “많은 한국팬들께서 격려를 해주시고 환영도 해주셨다. 최근 귀국했을 때는 주위에서 금의환향이라는 말까지 해주셨다. 나로서는 쑥스럽기만 하다. 오늘 행사 역시 앞으로도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여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중요한 무대를 앞둔 후배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박 감독은 “6월에 2018러시아월드컵이 개막한다. 신태용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세대교체와 자체 개혁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한국축구는 월드컵만 나가면 특유의 정신력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후배들이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지난달 8일 귀국해 각종 인터뷰와 홍보대사 위촉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던 박 감독은 본격적인 축구의 계절을 맞아 다시 기지개를 편다. 5일 AFC 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떠나 잠시 머문 뒤 10일 베트남으로 건너가 리그 경기를 관전한다.
박 감독은 “아직 베트남축구는 전체적으로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다. 비록 미천한 축구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