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 문성민을 데려오지 않았다. 아예 웜업존에도 두지 않고, 푹 쉬도록 배려한 것이다. 여오현은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오지 않았다. 신동광과 박종영이 대한항공전 리베로로 뛰었다. 센터 신영석과 차영석, 레프트 박주형과 송준호, 세터 노재욱까지 웜업존에 두는 이색적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27일 3위 대한항공이 2위 삼성화재를 대전에서 잡아낸 덕분에 현대캐피탈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가 소멸됐다. 잔여 4경기가 남았지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주전을 가용할 필연성이 사라졌다. 가뜩이나 문성민, 신영석 등은 체력적 어려움을 드러냈다. 40대인 여오현도 관리를 해줄수록 컨디션이 올라올 수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은 단 1명의 주전은 코트에 집어넣었다. 외국인 레프트 안드레아스였다. 세트 후반 빼주긴 했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안드레아스를 활용했다.
여기에는 복선이 깔려 있었다. 국내선수들과 달리 이번 시즌 처음 V리그를 경험한 안드레아스는 원정 코트가 낯선 편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과 붙을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안드레아스에게 대한항공의 홈코트 계양체육관 경험치를 조금이라도 올려주기 위한 최 감독의 사전적 포석이다. 안드레아스도 이런 방편을 충분히 이해한 듯 최선을 다해 뛰었다.
후보선수들을 투입한 현대캐피탈과 달리 대한항공은 주전급을 풀가동했다. 정규리그 3위보다 2위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4위와의 승점 차를 4점 이상으로 벌려 최소한 준플레이오프는 없애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생각보다 고전을 거듭했다. 가지고 있는 공격 패턴을 다 쓸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결정전을 구상하는 현대캐피탈 최 감독에게 일정 부분 정보를 준 셈이다. 백업선수들의 경험은 덤이었다. 승패를 떠나 현대캐피탈에 여러 의미를 내포한 2일 대한항공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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