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아저씨’ 김종민 감독, 도로공사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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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저씨’의 유명한 대사다. “내일만 사는 자는 오늘만 사는 자를 당할 수 없다.” 여자프로배구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를 ‘오늘만 사는 자’의 절박함으로 임했다.

도로공사는 유니폼에 별이 단 1개도 없는 팀이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그 바람이 강할수록 구단의 합리적 전략은 흔들렸다. 여자배구의 ‘큰 손’이었음에도 비효율의 함정에 곧잘 빠졌다. 그 과정에서 팀 내 핵심자원들이 유출되는 아픔을 경험했다.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 레프트 황민경(현대건설)과 고예림(IBK기업은행) 등이 도로공사가 놓친 전력들이다.

그럼에도 도로공사는 좌절하지 않고, 우직할 정도로 선수 수집을 지속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리면 참전해 센터 배유나, 레프트 박정아 등을 해마다 사들였다. 세터 이효희와 센터 정대영도 외부수혈 전력이다. 어느덧 주전 전력만 놓고 보면 도로공사는 거의 빈틈이 없어졌다.

김 감독은 2016~2017시즌 꼴찌를 감수했다. 그렇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지명 1순위를 거머쥐었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라이트 이바나를 선택했다. 이바나의 가세는 정규리그 우승의 화룡점정이 됐다.

도로공사 이바나. 스포츠동아DB

라이트 이바나, 레프트 박정아가 가세하자 도로공사의 약점인 양 날개 공격은 순식간에 장점으로 전환됐다. 박정아가 들어오며 리시브 라인에서 문제가 예견됐다. 박정아와 김 감독은 “연습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도로공사는 개막 직후 3연패에 빠졌다. 여기서 김 감독은 박정아가 리시브를 면제 받는 포메이션 변형을 가했다. 실질적으로 라이트처럼 박정아를 활용한 것이다. 박정아가 빠진 리시브 라인은 리베로 임명옥과 레프트 문정원이 도맡았다.

도로공사 문정원. 사진제공｜KOVO

도로공사의 운명을 쥔 이 변화는 기대 이상으로 적중했다. 수비가 견실한 임명옥은 물론이고, 문정원이 상대팀의 서브 폭탄을 견뎌낸 것이다. 박정아는 클러치 상황에서 공격으로 팀에 보탬이 됐다. 결정적 상황에서는 이바나가 해결해줬다.

톱니바퀴처럼 팀 전력이 기능하자 성적이 수직상승했다. 2016~2017시즌 우승팀 IBK기업은행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도로공사는 3일 흥국생명전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적잖은 유망 선수들을 웜업존에 묶어둔 희생을 감수한 끝에 얻어낸 ‘윈 나우(win-now)’ 정책의 결실이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스포츠동아DB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은 남자배구 출신 지도자의 성공이라는 점에서도 무게감을 갖는다. 대한항공 사령탑 출신인 김종민 감독은 여자팀 감독 경험이 없었는데, 이를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시켰다. 인정에 얽매이지 않고, 여자선수들에게도 강훈을 시켰다. 도로공사를 떠받친 문정원의 리시브 능력 향상은 김 감독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계약 마지막 해, 김 감독은 역전타를 터뜨렸다. 성적과 흥행을 사냥한 김 감독의 남은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뿐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