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캠프의 핵심 테마는 투수 윤성빈(19), 3루수 한동희(19) 그리고 나종덕(20), 나원탁(24) 등 젊은 포수들이다. 세대교체는 롯데의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변화는 누군가에겐 소외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영원한 롯데맨’을 자처하는 송승준(38)에게 어떤 기분으로 다가올까. 4일 일본 오키나와 캠프지 가데나구장에서 만난 송승준은 ‘초연함’이 무엇인지를 얘기했다. 초연함은 곧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송승준은 “롯데 캠프에 12년째다.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선발, 불펜에 당장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많다. 팀으로서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치열하게 해야 내 자리가 있겠더라”고 말했다. 송승준은 변하지 않았지만 팀 롯데는 바뀌고 있는 셈이다.
송승준에게는 17살 어린 윤성빈도 경쟁자다. 그것이 프로의 세계다. “경쟁자가 많아 더 의욕적일 수 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내가 아직 늙지 않은 것 같다”고 웃었다.
그렇다고 위기감이 넘쳐 의욕 과잉에 빠지지는 않는다. 2007년부터 11시즌 동안 롯데 마운드를 지킨 송승준은 오직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 뿐이다. “최고의 준비는 건강이다. 이 나이에 구속을 10㎞ 올릴 것도 아니고 새롭게 뭘 더 보여주겠나. 이때까지 해왔던 것을 꾸준히 보여줄 뿐이다. 몸만 안 아프면 자신은 있다. 아직까지 괜찮다”는 말은 곧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다.
이제 “선발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어도 괜찮다”고 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럴 때가 왔다고 자각한다. 시련의 시간을 건너며 “던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송승준의 첫 번째 목표는 간명하다. “현역 인생이 몇 년 남았는지 모르겠다. 그때까지 후배들에게 (롯데 마운드의 정신을) 넘겨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과거 롯데의 에이스 계보를 이어온 주형광, 염종석 선배 등이 그랬듯이 우승까지 하고 넘겨주면 가장 행복한 결말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승엽(전 삼성) 선배처럼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는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승준은 KBO 통산 104승을 거뒀다. 2017시즌 11승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한 덕분에 어려울 줄 알았던 100승을 정복했다.
롯데 역사상 최다승 투수는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의 117승이었다. 송승준은 “롯데 선수로서, 남자로서 그 기록을 넘은 뒤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송승준은 “2018시즌에도 롯데 투수진의 키는 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후배들을 잘 받쳐줘야 지난해 성적(3위) 이상의 팀 성적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은 흘렀고, 송승준의 위상도 변해간다. 다만 변하지 않은 것은 팀 플레이어로서 송승준의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