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꿈과 도전 담은 단편 애니 ‘농구에게’ 제작자로 아카데미상
은퇴후 스토리작가의 꿈 키워… “솔직히 챔피언십 우승보다 기뻐”
‘입 닥치고 드리블 그 이상’ 매직 존슨 등 NBA 스타들 축하
‘제2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렸던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40·은퇴)는 코트가 아닌 레드카펫 위에서도 빛났다.
LA 레이커스에서만 20시즌을 보내면서 NBA 통산 득점 3위(3만3643점)에 올랐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챔피언결정전 MVP, 올스타전 MVP,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던 ‘전설’ 브라이언트가 영화로 아카데미 트로피까지 손에 넣었다. 브라이언트는 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분짜리 ‘농구에게(Dear Basketball)’의 제작자로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상을 받았다. 이 애니메이션은 2016년 은퇴했던 그가 앞서 스포츠 스타들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온라인 매체 플레이어스트리뷴에 기고했던 은퇴 시(詩)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시에는 여섯 살 소년이 아빠의 농구 양말을 신고 꿈을 던지기 시작해 대선수로 성장해 가는 과정, 몸과 영혼을 다 바쳐 농구와 사랑에 빠졌으나 떠나야 하는 심정, 그러나 자신은 언제나 쓰레기통 옆에서 농구를 시작했던 그 여섯 살 소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애니메이션엔 어린 브라이언트와 성인 브라이언트가 농구 인생을 되짚어 보는 내용이 담겼다.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알라딘’ 등을 만든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자 글렌 킨이 함께 상을 받았다. 브라이언트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았던 스타 마크 해밀에게서 오스카 트로피를 넘겨받았다.
글렌 킨은 “코비가 쓴 ‘농구에게’는 우리 모두를 위한 메시지다. 당신이 어떤 꿈을 꾸고 있든지 그것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열정과 인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이언트는 “그간 ‘입 닥치고 그저 드리블만 하는’ 게 당연했던 농구 선수였는데 오늘은 무언가를 조금 더 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이 말은 지난달 미국의 폭스뉴스 앵커가 농구 선수들을 비하한 말을 받아친 것이다. ‘킹(King·왕)’으로 불리는 현역 최고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가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 발언을 하자 폭스뉴스 앵커가 농구 선수는 무식하다는 뉘앙스로 “입 닥치고 드리블이나 하라”고 한 것을 빗댄 것이다. 브라이언트의 수상 직후 매직 존슨, 빌 러셀, 샤킬 오닐 등 NBA 전설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르브론 제임스 역시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해시태그(#)와 함께 ‘우리는 입 닥치고 드리블하는 것 그 이상이다(We Are More Than Shut Up Dribble)’라고 적는 센스를 발휘했다.
브라이언트는 은퇴 후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며 작가가 되려는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처음 스토리텔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귀엽다”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밝힌 뒤 “솔직히 챔피언십 우승보다 기쁘다”고 했다.
여성들의 성추행과 성폭행 폭로가 계속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미국 영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을 받은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아내와 세 딸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가족은 내 영혼을 이끌어 준다”고 했다. 브라이언트는 2003년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여종업원이 재판을 포기했고 브라이언트와 합의했다. 브라이언트는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에게도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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