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금2 도전
12년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 잃어 “왜 살려놨나” 원망하며 술로 지새
휠체어 농구 시작하며 웃음 되찾아… 노르딕 입문 2년만에 세계랭킹 1위
“상처받았을 어머니께 웃음 선사”… 평창서 인생 최고의 순간 꿈꿔
2006년 2월 대학 졸업식 하루 전날. 꿈 많던 20대 청년 신의현(38·창성건설)은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삶의 의미가 사라진 듯했다. “나를 왜 살려놨느냐. 차라리 죽게 해 달라”고 몸부림치며 자신을 살려낸 어머니와 의사를 원망했다. 술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살았지만 죽어 있던 시간이다.
삶의 의지를 되살린 건 3년 뒤 지인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은 휠체어 농구였다. 얼음장 같던 신의현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깃들었다. 2015년 8월 노르딕스키에 입문했다. 메말랐던 가슴에 불꽃 하나가 일렁였다. ‘패럴림픽 금메달.’ 부러졌던 인생의 이정표가 다시 세워졌다.
신의현은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에서 최고의 순간을 꿈꾼다. 사고 이후 죽음을 기도했던 그의 마음은 이젠 “‘죽을 각오’로 이번 대회를 위해 뛰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로 바뀌었다.
노르딕스키 대표로 출전하는 그는 ‘은메달 두 개’가 전부인 한국 패럴림픽 역사를 다시 쓸 주역으로 손꼽힌다. 한국은 1992년 티뉴-알베르빌 대회 이후 소치 대회까지 7회 연속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했다. 메달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은메달(한상민·알파인스키)과 2010년 밴쿠버(캐나다) 은메달(휠체어컬링)이 전부.
“금메달 2개를 노리고 있습니다.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에서 한 개씩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예요.”
최근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출정식에서 신의현은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간 흘린 땀과 실력에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신의현은 지난달 4일 핀란드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 바이애슬론 7.5km 남자 좌식 부문에서 우승하며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노르딕스키 입문 2년여 만에 따낸 쾌거.
돌이켜 보면 신의현은 좀처럼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강한 허릿심을 길렀다. 휠체어 농구를 하면서는 순발력을 높였다. 그 순간들이 축적돼 노르딕스키를 자신의 놀이로 만들게 됐다. 그는 지난해 2월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3관왕에 오르며 국내 최강자로 떠올랐고, 올해 1월 리비브(우크라이나) 월드컵에서 비장애인을 통틀어 한국 노르딕스키 사상 처음으로 우승(2관왕)하면서 세계 정상의 기량을 과시했다.
신의현은 이번 대회에 바이애슬론 이외에도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중거리, 장거리 등 6개 세부 종목 출전권을 따냈다. 포기하려 했던 신의현의 생은 그만큼 강인했고 끈질겼다.
그는 10일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7.5km에 나선다. 이날 대한민국 패럴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의현은 한때 자기를 살려내 원망했던 어머니 이회갑 씨(68)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
“한때 그런 생각을 했던 아들 때문에 상처받았을 어머니가 이젠 그 아들을 보고 웃으셨으면 합니다. 주위에 ‘내 아들이다’라고 자랑도 하고…. 그때 눈물 흘리며 아들의 삶을 바랐던 그 간절함에 보답하고 싶어요. 어머니에게 애정 표현을 못하는데 이런 말을 하게 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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