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 김성근 전 감독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높고 선수들에 대해 누구보다 냉정하지만 SK 사령탑 시절 포수 박경완(현 SK 배터리 코치)에 대해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KBO리그에서 포수의 가치는 계산이 어려울 정도다. 투수 리드에 대한 이론적인 가치 평가는 전문가들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뛰어난 포수 없이는 우승하기 힘들다’는 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특히 포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대체자원 확보도 매우 힘들다.
시범경기 개막(13일)을 앞둔 KBO리그에는 ‘포수 빅딜’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포수난을 겪고 있는 일부 팀들이 트레이드 시장에 눈을 돌리며 개막을 전후에 바쁜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리그 관계자는 “깜짝 놀랄 트레이드가 개막 초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포지션은 포수다”고 말했다.
KIA는 지난해 SK에서 수비 능력이 뛰어난 김민식을 트레이드하며 우승 퍼즐을 완성했다. 프런트의 역량, 그리고 감독의 인적네트워크 힘의 합쳐진 결과였다. 김민식은 경험이 풍부한 포수는 아니었지만 송구 능력은 이미 리그 최정상급이었고 투수를 존중하는 리드도 돋보였다. 특히 프레이밍 실력도 뛰어났다. 포수 한명이 마운드 전력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또 한번 입증된 사례다.
올 시즌 리그에서 포수 전력이 가장 약해진 팀은 롯데다. 지난 10여 년간 롯데는 포수 걱정이 없었다.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는 공격 능력은 특A급, 수비실력도 준수한 안방마님이다. 타격이 워낙 뛰어나 투수 리드는 저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강민호의 매우 공격적인 투수리드는 단점 이상 큰 장점도 갖고 있다.
강민호를 뺏긴 롯데는 스프링캠프가 끝나가고 있지만 아직 주전 포수를 낙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리그에서는 롯데가 대형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나종덕(20)과 나원탁(24)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경험적인 측면에서 의문부호가 많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구매자 뿐 아니라 판매자도 있어야 한다. ‘젊은 포수 유망주를 보유한 수도권 한 팀이 주전 포수를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가 어떤 카드를 제시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도 들린다.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롯데가 최근 수년간 스토브리그에서 과감한 투자를 계속했기 때문에 우승 도전을 위해서라도 포수 외부 수혈에 뛰어들 가능성은 높게 보인다.
주전 포수 김태군이 입대한 NC도 2년 동안 포수 전력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NC 김경문 감독은 포수의 수비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젊은 포수들을 육성하고 있지만 안방마님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령탑이다. 시즌 초 상황에 따라 외부 영입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