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모교 운동부에서 지도자가 되는 건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에 비유된다. 아무나 맡을 수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성적에 따라 동문 선후배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고려대 농구부 사령탑에 선임된 서동철 감독(50·사진). 이 학교 87학번으로 입학한 지 30주년이 되는 지난해 중책을 맡은 서 감독은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개막하는 대학농구리그 중앙대와의 개막전에서 공식 데뷔 무대를 치른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팀 훈련을 시작한 서 감독은 “설렘과 부담이 교차한다. 남녀 프로팀에서 지도자로 일할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후배들과 호흡한다는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 감독 시절인 2015년 여름 담낭에 악성종양이 발견돼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수술 후 일본 전지훈련을 떠났을 만큼 의지가 강했던 그는 황달이 심해져 재수술까지 받았다. 결국 1년 반 넘게 항암치료를 받느라 코트를 떠났던 그는 지난해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한국을 세계선수권 본선으로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오뚝이처럼 일어난 서 감독은 “다행히 완치됐다는 소견을 들었다. 늘 집을 비워 미안했던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수험생 딸 운전기사 노릇도 했다. 코트에 선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4연패를 이룬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라이벌 연세대에 패한 고려대는 지난달까지 5주 동안 미국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드리블, 패스 등 특정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하는 스킬 트레이닝과 함께 신체조건이 뛰어난 현지 연합팀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골밑이 위력적인 고려대는 취약하다는 지적을 듣는 가드 라인에 장태빈과 함께 김유택 전 중앙대 감독의 아들로 슈팅 가드에서 포인트 가드로 변신한 김진영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서 감독은 “팀에 새로운 컬러를 입히고 있다. 선수 기용 폭을 넓혀 공격적인 농구를 펼치려 한다. 물론 수비는 기본이다. 통합 우승을 향해 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학생 선수로서 태도와 취업에도 관심이 높다. 서 감독은 “끈끈한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다. 수시로 선수들에게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점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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