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위에 박혜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9일 03시 00분


2년 연속 정규리그 MVP 올라… “KDB생명 선수들 정말 힘내세요”

‘업그레이드’된 2년 차 박지수(20·KB스타즈)의 돌풍이 거셌지만 위성우 감독 밑에서 6년째 정진 중인 박혜진(28·우리은행)의 내공은 한층 더 강했다.

박혜진이 2년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8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박혜진은 4관왕(리바운드상, 블록상, 우수수비선수상, 윤덕주상)에 오른 박지수의 기세를 잠재우고 기자단 98표 중 67표를 쓸어가 최고 영예를 안았다. 개인 통산 네 번째 MVP다.


영광을 누린 박혜진은 자신의 기쁨보다는 힘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수상 소감 대부분을 쏟았다.

박혜진이 힘을 더한 첫 번째는 정규리그 6연패를 함께해 온 위성우 감독이었다.

“예전에는 저를 위한 꾸중인 걸 알면서도 혼날 때마다 좀 속상하고 울컥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제가 못할 때마다 ‘선생님이 못 가르쳐줘서 미안하다’며 저를 더 미안하게 만드는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근 힘든 일을 겪으셨는데 정작 감독님 힘드실 때 큰 힘이 되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고 감독님이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즌 막판 부친상의 아픔을 겪은 위 감독은 지난달 25일 상중에도 최대 라이벌인 KB스타즈전 벤치를 지킬 만큼 투지를 발휘했지만 이 경기에서 패하며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야 우승을 확정했다. 박혜진의 말 속에는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코트에 선 감독에게 힘이 되지 못했던 선수로서의 자책과 위 감독의 아픔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모두 녹아있었다.

박혜진의 두 번째 ‘응원’은 해체 위기에 몰린 KDB생명 선수들이었다.

“여기서 이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 한 팀의 해체 결정이 났습니다. 같이 뛰는 선수로서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KDB 선수들 정말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모범선수상을 받은 KDB생명 한채진(34)은 “지금 저희 팀이 너무 힘든 시기다. 선수들도 감독님도 너무 힘들게 이 시즌을 치렀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뜻깊은 상이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저희에게 다른 희망이 왔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프로농구#박혜진#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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