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올림픽으로 전 세계 시선을 집중시킨 평창에서 12일 만에 다시 역경과 한계를 극복한 열정의 불꽃이 타오른다. 1988년 서울 여름 패럴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2018 겨울 패럴림픽이 역대 최대 규모로 9일 막을 올린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드론쇼 등 화려한 첨단 공연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패럴림픽 개회식은 사람과 사람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회 특성상 눈으로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소리’를 강조했다. 개회식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가수 소향의 듀엣 공연, 장애를 극복한 남성 댄스 듀오 클론의 무대가 화려하게 꾸며진다. 》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과 투혼이 눈과 얼음 위를 뜨겁게 달군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9일 오후 8시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열흘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 570명의 선수가 참가해 6개 종목(세부 종목 80개)에서 열띤 경쟁을 펼친다.
개회식 슬로건은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다. 패럴림픽 개·폐회식 예산은 전 세계의 찬사를 들었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약 600억 원)의 5분의 1 정도다. 대회 규모에 따라 줄어들긴 했어도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을 뛰어넘는 감동의 무대를 꾸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평창 패럴림픽 개·폐회식을 총괄하는 이문태 감독(70·사진)은 “패럴림픽은 ‘인간 존중’이 최고의 방향성이다. 인간은 살다 보면 누구나 장애를 겪을 수 있다. 눈길에서 다리를 삐끗해 목발을 짚기도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리는 공존의 무대를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이 드론 영상 등 첨단기술의 향연이었다면 패럴림픽은 사람 중심의 공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도 아이 100명 이상이 참가하는 공연 등이 펼쳐진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 선수 입장 때는 한명숙의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한국 가요가 흘러나와 흥을 돋웠다. 패럴림픽 개회식에서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가수 소향과 대회 주제가인 ‘평창, 이곳에 하나로’를 부른다. 멤버 강원래 씨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남성 댄스 듀오 클론도 ‘꿍따리 샤바라’ 등 히트곡을 열창하며 디제잉 퍼포먼스를 펼친다. 스타디움 객석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화려한 불빛쇼도 곁들여진다.
각별히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쓴 점도 패럴림픽 개·폐회식의 특징으로 꼽힌다. 눈으로 즐길 수 없는 이들을 포함해 모든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 감독은 “모두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올림픽 개·폐회식에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맞다. 그런데 장애인 세계는 ‘백문이 불여일견’에 머물면 안 된다. 올림픽 개·폐회식은 시각적 측면이 많이 강조됐는데 패럴림픽은 음악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음악이 중심이 된 2, 3부 공연은 이날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모든 사람이 다 합쳐져야 한다는 영화 ‘어벤저스’ 같은 느낌의 음악이다. 특히 2막에 나오는 노래는, 아주 작은 이야기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큰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패럴림픽의 역사성’도 강조했다. “30년 전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은 패럴림픽과 올림픽이 같은 도시, 같은 경기장에서 치러진 첫 대회입니다. 그 유산으로 1989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도 수립됐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서울에서 평창까지 30년의 세월만큼 한국의 장애인 인권 수준도 몰라보게 성장했다. 88패럴림픽 당시 대중에게는 ‘장애인’이라는 단어도 생소한 수준이었다. 패럴림픽 개회식은 올림픽 개회식의 ‘축소판’에 그쳤다. 개·폐회식 무대에 선 장애인은 정작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패럴림픽 개·폐회식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장애 예술인도 여럿 나선다. 이 감독은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이 함께 장애와 비장애의 극복, 궁극적으로 인간의 열정을 표현할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들이 교감하는 계기가 된 것도 뜻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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