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는데 봄 같지 않다’는 의미의 한자성어다. 그러나 승패의 명암이 뚜렷한 스포츠에서 누군가에게 찾아오지 않은 봄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봄이다.
K리그1(클래식) FC서울은 찾아오지 않은 봄을 그리워하지만 강원FC는 따스한 봄기운을 한껏 만끽했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라운드에서 원정 팀 강원이 활짝 웃었다. 짜릿한 2-1 역전승과 함께 2연승(승점 6)을 달려 이날 전남 드래곤즈 원정에서 3-2로 승리한 포항 스틸러스, 전날(10일) 제주 유나이티드를 안방에서 2-0으로 격파한 경남FC와 함께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했다.
● 서울과 서울 출신이 만든 3골
전반 45분 박주영의 헤딩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서울은 좋았다. 신광훈의 크로스를 머리로 맞힌 볼이 골라인을 통과했다. 강원 골키퍼 김호준이 나섰으나 실점을 막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실점. 강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들어 ‘쇼 타임’이 시작됐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정조국을 투입하면서 흐름을 주도했다. 서울 수비진에 균열이 생겼다.
서두르다보니 파울이 늘었다. 바뀐 상대 전략에 대처하지 못한 채 무리한 플레이를 반복한 서울은 후반 5분 위험 지역에서 세트피스를 내줬다. 정승용이 띄우고 이근호가 헤딩한 볼이 서울 수비수 이웅희의 몸을 맞고 빨려 들어갔다.
강원은 상승무드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4분 제리치가 머리로 떨군 패스를 정조국이 강한 발리슛으로 서울 골 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선방을 거듭한 서울 골키퍼 양한빈도 꼼짝할 수 없었다. 정조국은 한 때 자신이 몸담았던 친정팀 FC서울을 상대로 기분 좋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 대어 낚으려면 신중하게
강원 송경섭 감독은 경기 전, “적지에서 대어를 잡으려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강하게 부딪히고 싶지만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의 약점을 철저히 분석했다. 미흡한 공간 침투, 폭발적이지 않은 화력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기 위해선 중원을 봉쇄해야 했다.
먼저 일격을 맞았음에도 강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은 맞불작전을 폈다. 공교롭게도 강원에는 서울 출신이 많다. 송 감독부터 서울에서 지도자를 했고, 정조국과 김호준, 풀백 정승용 등이 서울에 몸담았다. 모두의 감정이 특별했다. 친정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상대 또한 잘 알았다.
반면 서울의 공격전개는 둔탁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서울 황선홍 감독이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힌 아킬레스건이었다. 스코어 1-2에서 에반드로~조영욱 등 아낀 공격자원들을 전부 투입하며 템포를 높였으나 정확도가 사라졌다. 무의미한 종·횡 패스를 남발하다 악몽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