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캠프에서 만나는 감독들마다 같은 하소연을 들었다. “경기를 더 해야 하는데….”
오키나와 날씨가 비바람이 몰아치며 그곳에 캠프를 차린 6개 구단(KIA, 롯데, SK, LG, 한화, 삼성)은 낭패감을 숨기지 못했다. 비싼 돈을 들여 오키나와에 간 가장 큰 사유는 연습경기를 많이 치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저히 야구를 할 수 없는 환경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차피 한국에 들어가면 시범경기가 있다. 정규시즌 144경기도 있다. 가을야구를 빼더라도, 최고 이 정도의 야구경기는 보장돼 있다. ‘왜 굳이 감독들이 평가전에 연연할까’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야수들은 지금 이 무렵 몇 경기쯤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투수는 다르다”고 말한다. 투수는 단계적으로 투구수를 올려서 개막전에 맞춘다. 평가전은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단계다. 특히 선발투수에게 그렇다.
이것을 건너뛰고, 바로 투구수를 100개로 올리려다간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가뜩이나 한국의 3월은 꽃샘추위가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는 2018시즌 시범경기의 특수성이다. 예년보다 일정이 짧아져 시범경기를 하는 날이 8일 뿐이다. 13일부터 21일까지 8경기만 치르고 이틀을 준비한 뒤 24일부터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의 여파로 개막전이 당겨졌고, 시범경기가 줄어든 것이다.
일정이 촉박한 만큼 각 구단들도 압축적으로 움직일 상황이다. SK는 시범경기 기간에 1군과 2군이 동행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가령 SK 1군이 마산에서 NC와 경기를 치르면 2군도 따라가는 것이다. 거기서 SK 2군은 현지 학교팀과의 경기를 잡는다. 이때 1군의 투수가 SK 2군 경기에 가서 던지는 것이다. 1군의 최대한 많은 투수들이 투구수를 끌어올릴 기회를 얻는 셈이다.
KBO 10개 구단이 시범경기에서 구하는 것은 거의 동일하다. 외국인선수의 기량을 점검하고, 신인급 선수들 중에서 즉시전력감을 찾는다. 각 팀마다 주전이 확실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경쟁을 시킨다. 여기서 누구에게 일단 먼저 기회를 줄 지를 선택한다.
특히 KBO 대부분의 팀들은 선발진 구성이 완전하지 못하다. 4~5선발은 시범경기에서 구위를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이 통례다.
시범경기 축소로 테스트할 시간 자체가 줄어든 만큼, 확실히 기대를 받는 선수들이 우선적으로 나설 상황이다. 그동안의 전례를 살펴볼 때, 시범경기 성적은 정규시즌 결과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시범경기부터 분위기를 잡고 가는 팀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상대가 아니라 자기 팀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