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치아이 에이지(49) 투수코치는 과거 삼성의 왕조시절을 설명하는 데 있어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2010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3년간 사자군단의 투수들을 지도했다. 윤성환~장원삼~차우찬 등 핵심선수들을 이끌며 정규리그 5연패의 기틀을 마련했다.
2012시즌을 끝으로 삼성을 떠난 그는 먼 길을 돌아 6년 만에 다시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그에게 삼성은 너무나도 낯선 팀이었다. 세대교체로 인해 과거의 영광을 함께한 투수들이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그는 “완전히 다른 팀에 온 느낌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시 팀에 합류한 소감을 전했다.
누구나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한때를 추억하는 법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최고의 전성기라면, 이를 잊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오치아이 코치는 이미 6년 전 기억은 잊었다. 그는 “과거의 삼성이 막강한 팀이었다고 해서 지금 선수들이 그 때를 목표로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은 지금이다. 현 상황에 맞는 새로운 삼성 투수진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로운 삼성 투수들을 지도하는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대답은 의외로 ‘젊음’이었다. 오치아이 코치는 “우리 팀에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어떤 잠재력이 있을지 모른다. 갑자기 좋아져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도 있지만, 단 한번의 실수로 쉽게 주저앉을 수도 있다. 성장 중인 투수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준비성’이 강조된 자신의 지도철학은 여전히 확고했다. 공을 던지는 것보다 마운드까지 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프로선수에게 ‘준비부족’이란 절대 허용될 수 없는 말이다. 자기 할 일을 다 마치고 난 다음에 경기에 임해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그 이후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문제도 잘 해결 못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하는 것은 프로로서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투수의 준비성과 관련해서는 어린 투수들의 ‘롤모델’인 윤성환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지금 당장 어린 투수들에게 ‘윤성환처럼 던져라’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다. 그러나 그의 경기 전 자세, 준비과정 등은 어린 투수들이 얼마든지 따라할 수 있다.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을 꼭 본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