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LG는 확실한 임자 없는 ‘미지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롯데는 포수와 3루수, LG는 2루수와 유격수가 그렇다. 그런데 이 포지션의 주인을 가리는 두 팀의 방식이 음미할 만하다. 과거에는 특정선수를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기회를 몰아주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두 팀은 후보군을 번갈아 테스트하고 있다. 동등한 기회를 주고, 기량을 평가하는 일종의 경연을 시킨다.
● 롯데는 왜 포수 엔트리를 2명으로 할까?
롯데 조원우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캠프부터 “포수 엔트리는 2명”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침은 14일 사직 LG전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 2명이 누구일지는 지금 알 수 없다. 13일 나원탁과 나종덕이 나왔고, 14일 포수는 김사훈과 강동관이었다. 롯데의 포수 엔트리 2인은 두 가지를 고려했다. 첫째는 야수진과 불펜진의 뎁스(depth·선수층)가 탄탄해졌다. 이 선수를 한명이라도 더 쓰려면 포수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둘째는 경쟁선수를 많이 둘 때의 부작용을 생각했다. 선수들끼리 긴장감을 더 올릴 수 있다. 메인포수와 서브포수를 정해놓고, 나머지는 2군에서 실전을 뛰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조 감독은 “(주 6일 경기 중) 4일을 뛰는 주전포수, 2일을 맡는 백업포수 체제로 갈지, 아니면 교대로 나오게 할지는 장재중 배터리코치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 LG 류중일 감독이 마음에 품은 키스톤 콤비는?
LG 류중일 감독은 13일 롯데전에 2루수 강승호~유격수 장준원의 키스톤 콤비를 선택했다. 14일은 2루수 박지규~유격수 백승현을 선발로 냈다. LG는 2루수 손주인(삼성행)이 떠났고, 유격수 오지환은 출장 시점이 불투명하다. 류 감독은 “이미 마음 속 (개막 주전 야수) 9명은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답은 3월 24일 개막전 기준이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감당하려면 대안은 많을수록 좋다.
결국 롯데와 LG는 현대 야구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방향성을 택한 셈이다. 과거엔 주전선수들이 강력하면 강팀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주전선수가 쉴 때, 나오는 선수의 수준으로 그 팀의 전력이 가려진다. 선수층이 탄탄해야 주력들도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고, 이는 곧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서 승리 확률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