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1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시범경기’ NC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포심, 투심, 슬라이더, 커브를 모두 던졌고, 직구(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51㎞가 찍혔다. 더 놀라운 것은 슬라이더 구속이 최고 140㎞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5회까지 투구수가 47구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이 중 39구가 스트라이크일 만큼 압도적 투구를 펼쳤다.
김광현은 2016시즌 직후 SK와 프리에이전트(FA) 잔류계약을 했다. 이후 2017시즌을 팔꿈치 수술과 재활에만 바쳤다. 사실상 김광현의 FA 4년 계약은 ‘1년(수술·재활)+1년(투구수 제한)+2년(정상 가동)’으로 구분될 수 있도록 SK는 신중을 기해서 에이스를 관리했다.
SK와 김광현이 함께 한 인고의 시간이 이제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에서의 실전 피칭을 거친 뒤, 김광현은 드디어 KBO리그 마운드로 돌아왔다. 공백의 간격을 지나왔어도 김광현은 김광현이었다.
● 2200구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2018년 김광현이 이닝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SK는 김광현을 투구수로 관리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2200구가 마지노선이다. 2200구는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이식 수술)를 받은 투수들이 ‘건강하게’ 던질 수 있는 범위를 탐색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다.
관건은 2200구를 SK 힐만 감독이 어떻게 배분할지에 달렸다. 김광현의 페이스가 좋게 나오면 전반기에 상당부분을 소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선발 등판 간격을 벌려 두고, 김광현을 아껴 쓸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후반기까지 쪼개 활용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을야구 이상을 노릴 전력이기에 SK는 김광현의 쓰임새 역시 길게 봐야 할 필연성이 있다.
● NC전 5이닝 47구의 의미
투구수 제한이 설정되어 있어도 변수는 김광현의 의향이다. 김광현은 “팀을 위해 던지겠다”는 말을 곧잘 한다. 상황이 좋다면, 팀이 필요로 한다면, 2200구를 넘길 가능성도 상존하다.
이런 맥락에서 14일 NC전 등판은 곱씹어볼만하다. 김광현은 당초 70구 안팎을 던질 예정이었다. 이 기준에서 4이닝이 책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김광현은 5이닝을 불과 47구로 끊었다. 투구수 2200구 설정 상황에서 자신이 SK를 위해 보다 많은 이닝을 맡아주려면 더 공격적으로 던져야 한다는 것을 실천한 것이다.
다른 투수도 테스트해야 하기에 SK는 김광현을 6회부터 내렸다. 김광현은 원래 던질 투구수를 맞추기 위해 6회 불펜에서 공을 던졌다. 김광현은 “재활 이후 가장 많은 공을 던졌는데 통증도 없고, 몸 상태도 좋아 기분 좋다. 빠른 승부를 하고자 했는데 컨디션이 좋아 결과가 좋았다. 올 한해는 재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잘 관리하고,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