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18일 오후 8시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49개국 570명의 참가 선수들은 열흘간의 무대를 신체의 한계와 역경을 뛰어넘는 뜨거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빙판 위 전사가 되어서 모든 힘을 쏟아붓고 후회 없이 뛸게. 꼭 이겨서 메달을 걸어 줄 거야.”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이지훈(29)은 17일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아내 황선혜 씨(31)에게 각오를 전했다. 둘은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도 미루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던 이지훈은 마지막 경기를 끝낸 뒤 황 씨를 위한 ‘메달 세리머니’를 꿈꾼다.
이지훈은 장갑차 조종수로 군 복무 중이던 2010년 11월 제대를 두 달 앞두고 장갑차에 깔렸다. 사경을 헤매던 그는 두 다리를 잘랐다. 장애인이 된 그는 처음에는 “내가 왜 살아났을까”라며 좌절하다 3개월 방황 끝에 다시 일어섰다.
“어차피 살 거라면 지금부터라도 즐겁게 살자는 마음이었죠. 일부러 웃고 더 좋은 생각만 떠올렸습니다.”
이지훈 특유의 ‘웃는 상(얼굴)’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의 아내 황 씨가 반한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표정이다.
이지훈은 2014년 아이스하키에 입문하며 운동선수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상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여름스포츠로 조정도 배웠다. 조정은 아내와의 인연을 맺어줬다. 이지훈이 조정 훈련을 위해 일주일간 합숙을 했던 2016년 10월. 황 씨는 당시 조정 코치로 이지훈을 포함해 장애인 선수들을 지도했다. 이지훈은 황 씨의 밝은 성격에, 황 씨는 이지훈의 당당한 모습에 호감을 느껴 교제를 시작했다.
황 씨에게는 이지훈의 따뜻하고 강인한 마음만 보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엔 그의 장애만 보였던 모양이다. 황 씨에게 온갖 걱정이 쏟아졌다.
황 씨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딸이 고생할까 봐 둘의 만남을 완강히 반대했다. “밥 한 번만 같이 먹어보자”는 황 씨의 간곡한 요청에 못 이겨 이지훈과 첫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장인어른은 ‘나중에 선혜가 힘들지 않겠나’라고 물었죠. 저는 ‘자신 있습니다. 그때는 그때고 선혜 제가 잘 보살필 수 있습니다’라고 당차게 답했습니다.”
이지훈은 그 자리에서 “예쁘게 만나라”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나 장인 장모는 이지훈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장애인이란 편견이 가시자 이지훈의 진가가 보였다. 장인 장모는 사위 이지훈의 경기장을 찾아 “가문의 영광이다”고 주변에 자랑한다. 황 씨에겐 “천사 같은 아들이 생겼다”며 고마워한다.
황 씨는 “패럴림픽을 통해 남편이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뛸 수 있고, 또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지훈은 그런 황 씨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신혼인데 집보다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나 때문에 외롭고 힘들었지? 지금까지 잘 참고 이겨내 줘서 고마워. 이제 한 경기 동메달 결정전이 남았어. 자기한테 약속한 대로 꼭 이겨서 메달 걸어줄게.”
한편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예선 1위)도 17일 오전 9시 35분 강릉 컬링센터에서 캐나다(예선 2위)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노르웨이와 중국이 결승에서 맞붙는다. 한국은 16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노르웨이(예선 4위)와의 준결승에서 연장 끝에 6-8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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