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야구에서 불펜이 가지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KBO리그에 불어 닥친 토종선발투수 기근 속에서는 소위 ‘두꺼운 허리’가 팀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일반적인 불펜투수의 역할이란 ‘1이닝을 깔끔하게 막는 것’이다. 선발투수의 호투에 이어 셋업맨과 마무리투수가 후반부를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게 모든 팀이 바라는 이상적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정규시즌에서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선발투수의 컨디션 난조, 접전의 승부와 추격상황 등 변수가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이런 비상상황에 대비해 길게 공을 던져줘야 하는 보직이 바로 ‘롱릴리프’다.
‘롱릴리프’는 불펜투수 중에서도 ‘이닝이터’로의 면모가 강조되는 보직이다. 최소 2이닝에서 많게는 3이닝 이상까지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이른 바 ‘궂은일’을 도맡는 보직이라 할 수 있는데,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kt의 롱릴리프 보직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
kt 김진욱 감독은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다가오는 정규시즌에 대한 여러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이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는 부분이 바로 ‘롱릴리프’ 보직이었다. 김 감독은 “큰 고민 중 하나인 5선발은 금민철로 확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롱릴리프다. 류희운과 이종혁 등 좋은 자원이 많다.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류희운은 김 감독이 최근까지 5선발로 고민한 자원이다. 특유의 묵직한 직구와 배짱 있는 투구로 미국 스프링캠프서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이종혁은 2017년에 입단한 신인급 선수다. 김 감독이 “직구가 많이 좋아졌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투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선수다.
시범경기 성적은 둘이 다소 큰 차이를 보였다. 류희운은 두 게임에서 6이닝을 막으며 방어율 4.50을 기록했으나 이종혁은 17일 롯데전 한 경기에만 등판해 0.2이닝 7실점을 마크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종혁이 계속 좋다가 최근 조금 많이 맞았다. 그래도 시범경기 끝까지 기회를 줄 생각이다”라며 경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