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1년 묵은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을 경신한 김도연(25·K-water)의 뒤에는 김영근 감독(54)이 있었다. 김 감독은 ‘한국 마라톤의 모리뉴’다. 선수 출신이 아니면서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세계적인 명장이 된 조제 모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처럼 비선수 출신으로 한국 마라톤의 명지도자가 됐다.
김 감독은 육상 중거리 선수를 했지만 부산 남중 시절 일찌감치 그만뒀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에겐 ‘스포츠 유전자’가 있었다. 동아대 체육과에 입학하면서 다시 육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엘리트선수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후진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의 마라톤 명문 준텐도대 석사과정에서 운동생리학을 공부했고 연구원생활을 2년 더 하며 일본 육상을 집중 탐구했다.
1997년 대한육상연맹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육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가대표와 상비군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2005년 마라톤 명문 코오롱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를 키운 고 정봉수 감독의 ‘DNA’를 이어 받고 싶었다. 5년 반 동안 코오롱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김 감독은 2016년 K-water로 옮겨 본격적으로 ‘마라톤 선수’를 키우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전공인 운동생리학을 바탕으로 모든 훈련을 선수와 상의해 체계적으로 시켰다. 마라톤의 기본인 지구력은 물론 지구성 스피드, 기초체력 등 훈련 프로그램에 운동생리학은 기본. 김 감독에게 지난해 초 강원도청에서 옮겨온 김도연은 최상의 제자였다. 스펀지 같았다. 가르치는 대로 다 흡수했다.
5000m와 1만 m, 하프마라톤, 마라톤 한국최고기록 경신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했다. K-water도 적극 지원한 덕택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본 전지훈련만 4차례 다녀왔다. 성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8월 열리는 자카르타 - 팔렘방 아시아경기의 목표는 순위가 아닌 기록이다. 이젠 2시간24, 23분대를 뛰어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해 달리다 보면 좋은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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