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입지, 그러나 ‘조커’도 행복하다는 KCC 정희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21일 16시 35분


KCC 정희재. 사진제공|KBL
KCC 정희재. 사진제공|KBL
전주 KCC는 인천 전자랜드를 상대로 치른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2차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18일 1차전에선 다 잡았던 승리를 내줬고, 20일 2차전에서도 같은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4쿼터 막판 가까스로 리드를 지켜 1승1패 균형을 맞췄다.

2차전 반격의 시발점은 조커 투입이었다. 1차전에서 전자랜드의 변칙 라인업에 당했던 KCC 추승균 감독은 2차전에서 벤치멤버 한 명을 선발로 기용했다. 포워드 정희재(29·195㎝)였다.

지난 1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정희재는 복귀 후 확실하게 입지를 굳히지 못했다. 말년 병장으로 나선 1월 D리그(2부리그) 1차 대회에서 MVP를 받을 정도로 기량이 한 뼘 성장했지만, 1군 무대의 벽은 역시 높았다. 그러나 정희재는 주저앉지 않았다. 작은 몫에 실망하지 않고 훗날을 도모했다.

기다림 끝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6강 PO 2차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오랜만에 사령탑의 부름을 받은 정희재는 실력으로 이에 화답했다. 1쿼터 초반 귀중한 골밑슛 두 개를 성공시키고 초반 기선제압에 힘을 보탰다. 수비에서도 상대 빅맨들을 착실하게 막아냈다. 2차전 승리 후 추승균 감독은 “경기 초반 (정)희재가 공수에서 잘해줬다. 활력소가 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희재의 표정 역시 밝았다. 선발로 나와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는 기쁨이 엿보였다. 정희재는 “사실 군 전역 시점에선 자신감이 가득 차있었다. 부족했던 슛도 많은 연습으로 보완한 터라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1군 무대는 역시 다르더라. 경기 체력은 물론 기술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비록 코트에서의 입지는 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실망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정희재는 “아직 1군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내 자리를 찾지 못한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커’ 역할이라도 행복하기만 하다”면서 “제대하자마자 PO를 뛴다는 자체가 큰 경험이지 않는가. 이번 기회는 내게 소중한 시간”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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