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브룩스 레일리(30)는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검증된 왼손선발인 레일리를 왜 롯데는 걱정할까? 역설적이게도 레일리의 구위가 너무 좋아서다.
레일리의 장점은 투심 패스트볼이다. 무브먼트가 원체 좋아서 어느 포수가 와도 포구가 쉽지 않다. 지난해까지 주전 포수를 맡았던 강민호(삼성)조차 받기 힘들어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롯데 내부에서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 포수가 레일리의 볼을 받을까?’ 레일리의 볼을 잘 받아낸다면 무주공산인 주전 포수로 가는 길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롯데 조원우 감독은 “전담포수는 두지 않겠다”고 원칙적으로 말했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롯데의 주전 포수는 레일리의 볼을 감당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시범경기를 끝마친 시점까지 롯데 조원우 감독은 답을 보류 중이다. 시범경기에서 롯데 포수들은 6개의 폭투, 1개의 패스트볼을 기록했다. 나원탁이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폭투 4개가 나왔고 나종덕과 김사훈이 1개씩을 기록했다. 패스트볼은 김사훈이 포수였을 때의 1개였다.
조 감독은 “폭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바깥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벌써부터 롯데 포수들을 비관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비쳤다. 조 감독은 21일 “시행착오”라는 말을 썼다. 선수가 자리 잡을 때까지 인내는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실제 선수는 경기에 꾸준히 나가면서 성장하는 측면이 꽤 있다.
지금 롯데 포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책이 아닌 기다림이다. 롯데는 라인업의 강화로 포수의 공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수비에 방점이 찍힌다. 조 감독은 투수들이 포수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도 내비쳤다. “호흡이라고 하는 것은 쌓일수록 늘어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없다고 누가 도와주지 않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없으면 없는 대로 만들어서 쓰는 것이 좋은 감독의 조건임을 조 감독은 모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