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 1994년 이후 24년 만인데요. 24년에 365일을 곱하면 8760일이 나옵니다. 8760개의 우승 볼에 팬들이 원하는 사인을 넣고 무료로 배포해 드리겠습니다.”
프로야구 LG 최고참이자 주장 박용택(39)이 미리 준비해온 우승공약을 밝히자 팬들이 들어찬 객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미스터 LG’의 약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인 팬을 위한 일일호프, 어린이와 청소년 팬을 위해서는 일일야구교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야구교실에는 이병규, 이상훈 코치가 말을 타고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이자 폭소가 터졌다.
정규시즌 개막을 이틀 앞둔 22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는 LG의 신바람 입담이 빛났다. 삼성에서 정규시즌 5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을 선임한 데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자유계약선수(FA) 김현수를 영입한 LG는 이날 취재진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류 감독의 재치 넘치는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류 감독은 올 시즌 김현수의 기대성적을 묻는 질문에 “타율 3할 5푼 이상, 안타 150개 이상, 홈런 30개 이상”이라며 목표를 콕 집어냈다. 감독 옆자리에서 당황한 표정을 짓던 김현수도 “해보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삼성 감독 시절 애제자였던 김상수와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게 어색하지는 않으냐는 질문에 “지금도 내 새끼 같기는 하지만 LG 감독으로 왔으니 파란색(삼성을 의미)은 잠시 잊겠다. LG 파이팅”이라고 답했다.
각 팀 감독과 주장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 마치 선거에 나선 후보처럼 대형 우승공약도 쏟아져 나왔다. 올 시즌 FA로 롯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포수 강민호는 “구단의 허락을 미리 받고 왔다”며 자신 있게 말문을 연 뒤 “전지훈련 때 팬 참관단이 오는데 지원하는 모든 분을 캠프에 모시고 숙박비와 비행기표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우승공약을 내걸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삼성 출신 레전드 이승엽(KBO 홍보위원)이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장내에는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넥센 주장 서건창은 시즌 뒤 고척스카이돔에서 팬들과 1박 2일 캠핑을, NC 모창민은 내년 시즌 신축 마산야구장에서 열릴 안방 개막전 전석 티켓 무료 제공을 약속하며 물량작전을 펼쳤다.
우승 후보로는 5개 구단 감독들이 지난해 통합우승의 주인공 KIA를 꼽았다. 그러나 “후보는 KIA지만 우승은 두산이 할 것”이라는 김태형 두산 감독의 말처럼 각 팀 모두 정상을 향한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겨우내 칼을 간 10개 구단이 이제 출발 총성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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