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오픈 마이클 모 꺾고 16강… 90포인트 더해 랭킹 최소 20위 확실
시드 유리해 강호와 조기격돌 적어
28일 80위 주앙 소자와 8강 겨뤄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랭킹 58위로 출발한 정현은 이제 20위 벽마저 무너뜨릴 기세다.
정현은 26일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마이애미오픈 단식 3회전에서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인 마이클 모(미국·176위)를 2-0(6-1, 6-1)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16강에 올랐다. 90점의 랭킹 포인트도 확보해 다음 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최소 20위(26일 기준 1807점)까지 점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8위 파비오 포그니니(이탈리아·1840점)와 랭킹 포인트 차가 적어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역전도 가능하다.
지난 15개월 동안 정현의 랭킹은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104위로 시작한 정현은 올해 초 이형택의 한국 최고 기록(2007년 36위)을 깼다. 직전 BNP파리바 오픈에서도 8강에 오른 정현은 역대 아시아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29·33위·ATP투어 대회 11회 우승)마저 넘어섰다. 현재 아시아 최고 랭킹이 된 정현에겐 니시코리의 ‘세계 4위’ 기록 경신만이 남았다.
1월 호주오픈 4강 진출이 도약의 계기였다. 이 대회에서 노바크 조코비치(31·12위)를 비롯해 세계 테니스계 강자들을 상대로 연전연승해 한국인 최초 메이저 대회 준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자신감과 경기 경험을 쌓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 대회를 통해 랭킹 포인트를 대거 확보(720점)해 대회 때 시드 배정이 가능한 30위 안에 든 것이 정현에게 큰 힘이 됐다.
4대 테니스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ATP는 톱 랭커끼리 대회 초반에 맞붙지 않도록 보통 30여 개의 시드를 배정한다. 시드마다 랭킹이 높은 선수를 한 명씩 배정해 순위가 낮은 선수 또는 예선 통과자와 붙도록 하는 방식이다. 호주오픈 이후 나선 ATP투어 3개 대회에서 정현이 모두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현이 ‘시드 배정 선수’로서 대회 초반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를 상대할 수 있었던 대진 운의 영향도 컸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장은 “예전에는 2라운드만 돼도 톱 랭커를 상대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현의 위상이 그만큼 달라졌다”며 “아시아 톱랭커의 계보를 잇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최고 기록마저 깰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호주오픈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정현은 올해 활약이 ‘깜짝 돌풍’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베이스라인 플레이와 코트 활용 능력, ‘강철 멘털’ 등에서 정현은 정상급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다만 ‘서브 강화’는 여전히 보완 과제로 지적됐다.
박 단장은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확실히 가져갈 수 있도록 두 번째 서브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다양한 구질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성장해 나간다면 올해 안에 ATP투어 대회에서 타이틀(우승)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타이틀은 정현이 ‘톱 10’ 진입을 노릴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