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휠러, 느낌이 좋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7일 03시 00분


25일 넥센전 7이닝 1실점 승리, 최저 몸값에도 인상적인 데뷔전
198cm 장신에 ‘송곳 제구’ 뽐내… “공 묵직하고 타자 체감구속 빨라”
외국인투수 잔혹사 끊을지 관심

20년 넘은 한화의 외인 투수 잔혹사, 올 시즌에는 끊을까.

KBO리그 최저가(57만5000달러·약 6억2100만 원)인 한화 외인 투수 제이슨 휠러(28·미국·사진)의 활약이 심상찮다. 휠러는 25일 KBO리그 데뷔 경기인 넥센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1실점으로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은 3이닝에 불과하지만 한화가 2015년 야심 차게 영입했던 ‘특급’ 에스밀 로저스(33·넥센)의 데뷔전 완봉승을 연상케 하는 강력한 모습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박병호(32)가 가세한 넥센 강타선을 맞아 공격적인 투구로 삼진 7개를 잡는 동안 볼넷과 사구는 각각 1개만 내줬다.

당초 휠러는 한화가 이름값 일색에서 벗어나 젊음과 건강을 기조로 선발한 자원이다. 해를 거듭하며 특급으로 성장한 SK 메릴 켈리(30)처럼 눈앞의 성적보다 팀과 함께 키우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198cm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위력적이고 제구력이 좋아 스프링캠프 때부터 호평을 받았다. 크로스 스텝을 활용한 독특한 투구 자세, 투구 시 빠른 팔 스윙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쉽게 흐트러뜨렸다.

1997년 외국인 선수 도입 이후 한화는 제이 데이비스(48), 윌린 로사리오(29) 등 ‘믿고 보는’ 외인 타자는 잘 뽑아온 반면 외인 투수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쉐인 유먼(39) 등 KBO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을 뽑거나, 180만 달러(약 19억4250만 원)의 거액을 들여 알렉시 오간도(35) 등 MLB 현역으로 활약한 선수도 영입해봤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로저스 등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도 있었지만 부상 등으로 활약을 지속하지 못했다.

오히려 외인 투수들이 한화를 거쳐 간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등 더 좋은 활약을 보여 ‘MLB사관학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로저스는 넥센 유니폼을 입고 한화를 상대해 24일 패배를 안기기도 했다. 20시즌 동안 15승 이상을 기록한 외인 ‘에이스’는 0명. 암울한 한화 외인 투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다르다는 게 한화의 설명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휠러는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기 때문에 전광판에 찍힌 구속보다 공이 묵직하고 빠르게 느껴진다”며 “그런 공을 포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던질 줄 안다”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휠러의 장점이다. 한 감독은 “마운드에서 ‘돌부처’ 같아 감독뿐만 아니라 야수들에게도 믿음을 준다. 첫 경기 활약을 일회성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kbo리그#한화 이글스#투수#제이슨 휠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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