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챔프로… 도로공사 ‘14년 응어리’ 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기업은행에 3연승… 첫 통합우승
2년 전 배유나 이어 박정아도 영입… 이바나 가세 막강 공격라인 구축
김종민 감독 섬세한 리더십도 한몫

27일 경기 화성에서 열린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3-1로 이겨 창단 이후 첫 우승을 확정한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화성=김민성 스포츠동아기자 marineboy@donga.com
27일 경기 화성에서 열린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3-1로 이겨 창단 이후 첫 우승을 확정한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화성=김민성 스포츠동아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도로공사가 ‘3전 4기’ 끝에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27일 화성에서 열린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IBK기업은행에 3-1(26-24, 25-16, 21-25, 25-12)로 이겼다. 3연승으로 우승을 확정 지은 도로공사 선수들은 코트로 뛰어나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1970년 4월 창단한 국내 최초 여자배구단인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KOVO컵 등에서 우승한 적은 있었으나 유독 챔프전과 인연이 없었다. 2005년 V리그 출범 후 13시즌을 치르는 동안 챔프전 우승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자부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프전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이라는 ‘흑역사’를 이번에 깨끗하게 씻어냈다.

2005년 V리그 출범 첫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KGC인삼공사를 만나 패했다. 2005∼2006시즌에도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그해 신인왕 및 정규리그, 챔프전 MVP를 싹쓸이한 ‘슈퍼 루키’ 김연경(상하이)이 맹활약한 흥국생명에 무릎을 꿇었다. 2015년 10년 만에 다시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며 세 번째 챔프전에 올랐으나 IBK기업은행에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지난 시즌에는 팀 역대 최다인 9연패에 빠지며 정규리그를 최하위로 마쳐 무관의 한은 영원히 풀지 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도로공사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적극적인 투자가 고속 질주로 연결됐다. 2년 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센터 배유나를 GS칼텍스에서 영입한 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의 이바나를 뽑은 데 이어 국내 정상급 레프트로 평가받는 박정아까지 IBK기업은행에서 받아들여 탄탄한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큰돈을 쓰기 어려운 공기업 구단이었지만 KEB하나은행으로부터 유니폼 로고 광고 등을 유치해 그 마케팅 수익으로 선수 보강에 공을 들였다.

대한항공 출신인 김종민 감독의 섬세한 리더십도 우승을 이끌었다. 대한항공 감독을 관둔 뒤 그는 안정된 직장인 대한항공 본사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도로공사 감독 제안을 받고 모험을 택했다. 부임 첫해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2년 만에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김 감독의 지도를 통해 문정원은 리그 최고의 수비형 레프트로 성장했다. 챔프전을 앞두고 김 감독의 주문에 집중적으로 백어택을 연마한 박정아는 고비 때마다 백어택을 성공시키며 승기를 가져왔다.

19일 리베로 임명옥의 모친상 후 경기마다 줄곧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출전한 선수들은 이날 라이트 이바나(19점), 레프트 박정아(19점) ‘쌍포’뿐 아니라 센터 정대영(19점)까지 가세하며 맹활약했다.

1세트 25-24로 앞선 상황에서 IBK기업은행 메디의 후위공격이 성공한 것으로 인정돼 동점이 될 뻔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번복돼 기선을 제압하는 행운도 따랐다. 경기 후 세터 이효희는 “명옥이 어머니께서 도와주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종민 감독은 “1차전 5세트 10-14로 지던 상황을 뒤집은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내년에는 변화를 주고 어린 선수를 다양하게 활용하겠다. 일단 아무것도 안 하고 며칠 쉬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여자배구#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김종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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