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V리그 출범 이래 한국도로공사의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군 김종민 감독. 김 감독은 “도로공사가 명가 소리를 듣게끔 잘해보겠다”며 2연패를 다짐했다. 동아일보DB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V리그 챔피언결정전 첫 우승의 역사를 쓴 김종민 감독(44). 28일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만난 그는 배구 코트에서 늘 입던 양복을 벗어 던지고 간편복 차림으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김 감독은 “내일부터 당분간 1등 남편, 1등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해볼 것”이라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과 ‘숫자로 풀어본 도로공사 우승’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1: 첫 우승 후 하루가 지났다. 우승이 실감나나.
“하루가 길었다. 축하인사도 많이 받고 선수들과 늦게까지 회식도 하고. 전에는 회식 자리가 조금 부담이 됐는데 정말 홀가분하더라(웃음). 자고 일어나 보니까 우승해서 기분이 좋은데 뭐랄까, 내일 또 시합을 해야 할 거 같기도 하고.”
―2: 두 번째 시즌 만에 통합 우승을 했다.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은….
“지난 시즌도 봄 배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즌 직전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첫 단추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놓고 우리 팀의 약점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좋은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국내 선수 중 ‘에이스’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정아가 우리 팀과 잘 맞을 거라 생각하고 유심히 봤었는데 우리 팀에 왔고 진짜 잘 맞았다.”
―3: 시리즈 ‘3-0’의 완벽한 승리다.
“남자부 감독(대한항공) 때는 챔프전에서 3-0으로 져봤는데…. 하하. 이번에 1차전이 정말 컸던 거 같다. 그때 졌으면 반대로 0-3으로 졌을 거다. 1차전 5세트 10-14에서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해 줘서 완벽한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 덕분이다.”
―5: 남녀 팀 통틀어 5시즌 감독을 해봤다. 다른 점은 뭔가.
“우선 여자 선수들이 섬세하다. 지적할 때 하더라도 나중에 왜 그랬는지,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평소 속에 있는 말을 잘 안 하는 무뚝뚝한 성격이라 남자 팀을 맡을 때는 선수들을 알뜰살뜰 안 챙겼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공사 감독을 한다고 하니 아내가 ‘잘하면 잘했다 이야기해 주고 당신 스타일 바꿔야 돼요’라고 조언해 주더라. 노력했는데 잘했는지 모르겠다. 하하.”
―6: 지난 시즌 꼴찌(6위) 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대한항공 감독 시절 한선수, 김학민이 군대 갔을 때도 있는 선수들로 플레이오프에 갔다. 여기 와서 처음 꼴찌 해봤는데 팀에도 미안하고 자존심도 상하더라. 작년에 9연패도 했지 않나. 올해 9연승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8연승에서 멈춰서 얼마나 아쉽던지. 그래도 우승해서 다 치유됐다. 그래도 잊을 만하면 꼴찌, 9연패 얘기 또 나오지 않을까. ‘흑역사’다(웃음).”
―7: 대한항공 시절 ‘직장인’ 생활도 해봤는데….
“코치직 내려놓고 김해공항 화물청사에서 사무직 일을 7개월 동안 해봤다. 정년도 보장된 자리였는데 왜 그렇게 몸에 안 맞던지. 지도자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 이후에 대한항공 감독도 되고, 도로공사 감독도 됐는데 기회를 놓치기 싫다. 앞으로도 그렇고 늘 공부하는 지도자가 될 거다.”
―19: 다음 시즌 구상은….
“외국인부터 고민할 것 같다. 이바나와 함께할 생각은 있는데 어깨 상태를 봐야 한다. 자유계약선수(FA) 영입 계획은 없다. 팀에 잠재력 있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을 믿고 끌어올려 볼 거다. 지금 선수로도 내년, 후년 우승도 노려 볼 만하다. 여자배구 최초의 팀(1970년 창단)인데 아직 챔프전 우승 횟수가 적다. ‘도로공사=명가’ 소리 듣게끔 잘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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