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잊지못할 첫 우승… 유니폼에 동료들 사인 받아뒀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여자농구 챔프전 MVP 김정은

우리은행 김정은이 V10 기념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했다. “너의 재기를 어떻게든 돕겠다”던 위성우 감독을 믿고 팀을 옮긴 김정은은 프로 데뷔 1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에 챔프전 최우수선수 타이틀까지 따내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우리은행 김정은이 V10 기념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했다. “너의 재기를 어떻게든 돕겠다”던 위성우 감독을 믿고 팀을 옮긴 김정은은 프로 데뷔 1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에 챔프전 최우수선수 타이틀까지 따내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든 챔프전 최우수선수 김정은(31)을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이날은 오전부터 동명이인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밀 방중’이 핫이슈였다. 김정은은 이미 ‘그분’과 엮이는 일에 많이 익숙하다고 했다.

“가끔 제 기사 댓글 보면 (오인하고 클릭해) ‘낚였네’ 하는 반응도 많아요. 덕분에 조회수가 오른 것도 있을 거예요(웃음). 예전에는 개명할까 고민도 했는데 엄마가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뭐 ‘대포동 슛’이니 ‘수령님’ 같은 별명도 이제는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이번 우승은 김정은의 농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특별했다. 처음 입단했던 신세계에서 해체를 겪었고 KEB하나은행에서는 ‘첼시 리 사태’(2015∼2016 시즌 한국계 혈통으로 위장한 첼시 리가 위조 서류로 특별귀화를 받은 게 발각돼 그해 KEB하나은행 팀의 모든 성적이 삭제된 사건)로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출전 기록도 모두 사라졌다.

“제 농구 인생이 정말 다사다난했더라고요. 우승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 우승이 얼마나 소중한 줄 잘 알기에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저한테는 첫 우승이잖아요. 촌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은퇴하고 집에 걸어두려고 유니폼에 동료들 사인까지 다 받아뒀어요.”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아산 우리은행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통합 6연패 달성한 우리은행 김정은이 그물 커팅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아산 우리은행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통합 6연패 달성한 우리은행 김정은이 그물 커팅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정은 역시 이적 전까진 매년 우승하는 우리은행을 질투했던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직접 와보니 ‘우승할 자격이 있구나’ 인정하게 됐다고 했다.

“애들이 ‘처음엔 눈물 좀 많이 나실 거예요’ 그러더라고요. 비시즌 우리은행 서킷 훈련 소문은 익히 들었는데…. 훈련 마치고 체육관 가는 계단에서 이적생 동기 (박)태은이랑 ‘정말 말도 안 되지 않냐’하면서 펑펑 울었어요. 그러다 울고 있는 저희가 웃겨서 웃고…. 이렇게 울면서 농구한 건 처음이에요. 매일매일 한계를 느꼈어요.”

2년간 별다른 활약 없이 부상에 신음하다 친정을 떠나던 김정은에게는 ‘우승하려고 친정을 버렸다’, ‘우리은행에 가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는 비난도 적잖았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힘들게 우승을 따낸 위성우 감독과 동료들은 시즌 내내 “김정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정은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은행 김정은이 21일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MVP까지 차지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주 | 김민성 기자
우리은행 김정은이 21일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MVP까지 차지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주 | 김민성 기자
“제가 진짜 확신하는데 제가 없었더라도 감독님은 어떻게든 우승을 시키셨을 것 같아요. 겪어보니 알 것 같아요. 워낙 도가 트신 분이에요.”

시즌 시작 전부터 무릎은 이미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팀까지 옮겨 또다시 ‘재활만 하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아 이를 더 악물었다. 계약 후 집도 우리은행 숙소가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으로 이사했을 정도로 ‘올인’했다. 김정은은 팀 우승 여행 후 곧바로 수술대에 오른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농구#여자농구 챔프전 mvp#우리은행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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