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에 빚지고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3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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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제공|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의 약점이 리베로였던 것은 새삼스런 비밀이 아니다.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에 2승3패로 패퇴한 결정적 원인 중 하나도 리베로의 격차였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2017~2018시즌 리베로 공백을 뜻밖의 방향에서 메웠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이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에서 정성민(30)을 트레이드로 받은 것이다. 현대캐피탈에 대한항공은 잠재적 우승 경쟁자다. 그동안의 풍토에서 보자면 정성민을 웜업존에 묵혀두는 한이 있더라도 내줘서 안 될 자원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이런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센터 진성태를 대한항공에 보냈고, 센터 우상조와 조근호도 우리카드로 갔다. 센터 윤봉우도 그렇게 한국전력으로 넘어갔다. 세터 권영민을 KB손해보험에 내준 트레이드도 당시 시점에서는 ‘비대칭 거래’였다.

왜 최 감독은 거듭해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을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것일까. 직접적으로 최 감독이 말한 적은 없지만, 트레이드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현대캐피탈에 있었으면 도저히 코트에 뛸 수 없는 선수들’이라는 교집합이었다.

자기 팀만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그렇다 할지라도 이들을 붙잡아뒀을 것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팀 너머의 V리그 전체, 그리고 선수 개개인의 배구를 하는 이유를 찾아주려 했다.

최 감독의 트레이드 덕분에 대다수 선수들은 배구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어지간한 구단이라면 프런트 차원에서 막았겠지만 최 감독을 신뢰했다. ‘팀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리그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라’는 정태영 구단주의 철학도 한몫했다.

과장을 섞자면 현대캐피탈의 ‘도드람 2017~2018시즌 V리그’ 챔프전 우승 실패는 최 감독의 트레이드가 독으로 작용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선택 덕분에 V리그는 훨씬 다채로워졌고, 풍성해졌다. 현대캐피탈 감독 최태웅에게 한국배구가 큰 신세를 지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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