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은 연세대 재학 시절 장신 포워드로 활약했지만, 지난해 11월 있었던 신인드래프트에서 큰 주목을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농구 국가대표팀 허재(53) 감독의 아들인 허훈(23·kt), ‘얼리 엔트리’로 드래프트에 나선 양홍석(21·kt), 유현준(21·KCC)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 그는 그렇게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니었다.
안영준을 선발한 팀은 4순위 지명권을 가진 SK였다. 문 감독은 “처음에 (안)영준이를 뽑을 때만해도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수비에서 5~10분 정도를 소화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낭중지추(주머니 속의 송곳)’라는 사자성어는 안영준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패기 넘치고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해결 능력은 단숨에 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시즌 1라운드에는 출전시간이 들쭉날쭉했지만, 2라운드부터 문 감독은 안영준에게 20~30분 내외의 출전시간을 꾸준히 부여했다. 자연스럽게 기록도 상승곡선을 그렸는데, 5~6라운드 18경기 중 9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 활약상을 토대로 안영준은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상을 수상했다. 허훈, 양홍석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받은 뜻 깊은 상이었다.
‘신인왕’ 안영준의 가치는 전주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서 더 빛나고 있다. 그는 1·2차전에서 각각 10점씩을 기록했다. 3점 슛은 총 6개를 던져 4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무려 66.7%다. 수비에서는 외국인선수 1명만이 뛰는 1·4쿼터에 상대 주포인 안드레 에밋(36)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에밋이 돌파를 시도하면 좋은 신체 조건을 이용해 파울이 불리지 않는 선에서 영리하게 몸싸움을 했다. 공격, 수비 모두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쳐 팀의 2연승에 크게 기여했다. 자신이 누구보다 신인왕의 자격이 있었다는 것을 큰 무대에서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문 감독은 안영준에 대해 칭찬일색이다. 그는 “신인선수가 단 한 시즌 만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 자체로 칭찬해줄 일이다. 영준이는 더 잘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 시즌 중 슛 폼을 간결하게 수정했는데, 이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팀에서 슛을 가장 안정적으로 던지는 선수가 됐다. 영준이 덕분에 우리 팀 포워드진이 더 탄탄해졌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나 우승 여부를 떠나 영준이의 성장은 우리 팀에게는 큰 수확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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