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0)은 SK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이만수 전 SK 감독은 “SK하면 김광현, 김광현 하면 SK”라는 말로 김광현이 팀 내에서 갖는 무게감을 설명했다. SK 팬들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2017시즌을 통째로 쉰 뒤 마운드에 다시 선 김광현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김광현은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5일 인천 롯데전과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2경기 연속 5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팀에 2승을 안겼다. 직구 최고구속도 150㎞까지 나왔다.
1일 한화전에 앞서 만난 김광현의 얼굴에도 미소가 넘쳤다. 지금까지 과정이 무척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러나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1이닝은 더 던질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일단 정지’를 택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면서 총 154구를 던졌다. 삼진 11개를 잡아내면서 볼넷 허용은 3개가 전부다. 무엇보다 장타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는 공이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몰린 탓에 장타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된 제구를 앞세워 한결 편안한 승부를 하고 있다.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다면, 슬라이더와 커브, 투심패스트볼(투심) 등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한다. 이는 전성기 김광현의 모습이다. SK 구단 입장에서도 팀을 상징하는 에이스의 순항이 반갑기만 하다.
그러나 당장의 기쁨에 도취하기보다 멀리보기를 택했다. 힐만 감독이 31일 한화전에서 5이닝 동안 76구를 던진 김광현을 곧바로 교체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힐만 감독도 “시즌 초반이다 보니 그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몇 경기 더 지켜보고 조심스럽게 투구수를 늘려갈 것이다. 이닝 뿐만 아니라 투구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광현을 배려해 직접적인 수치를 언급하진 않는다. “숫자에 따라 선수의 투구패턴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단순히 수치화한 이닝과 투구수에만 매몰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이닝 하나하나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힐만 감독은 김광현이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던 31일 1회를 언급하며 설명을 덧붙였다. “김광현이 아주 잘 던졌다. 1회에는 만루 위기를 힘겹게 벗어났는데, 그럴 때 몸에 힘이 들어가면 평소에 투구할 때와 견줘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도 심하다. 그런 부분까지도 관리해야 한다.” 김광현도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생각을 읽고, 그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두 번째 등판에서도 통증이나 거슬리는 부분 없이 던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