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포항 스틸러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걱정거리가 생겼다. 공격을 주도했던 골게터 양동현(32)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9골로 K리그1 득점부문 2위에 올랐던 양동현은 시즌이 끝난 뒤 세레소 오사카(일본)로 둥지를 옮겼다.
포항으로선 뼈아픈 공백이었다. 양동현이 지난 두 시즌 동안 기록한 골만 32골. 여기에 공격을 조율하는 살림꾼 손준호(26·전북 현대)마저 이탈하면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했다.
평소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포항 최순호(56) 감독이 선택한 대체자는 미드필더 김승대(27)다. 사실 김승대는 지난 시즌 내내 최 감독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퇴장에 이은 사후징계로 무려 7경기 출장정지를 받아 팀 전열에서 많은 시간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김승대가 양동현과 온전한 조합만 이뤘더라도 포항이 상위 스플릿에서 밀려날 가능성은 적었다.
사령탑과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던 김승대는 절치부심했다. 개막 직전 최순호 감독과 특별한 약속을 맺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팀에 안긴 상처를 본인이 치유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리고는 사죄의 진심을 그라운드에서 내비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중책을 맡아 팀의 무패행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진가는 3월 31일 ‘동해안 더비’로 치른 울산 현대와 홈경기에서 드러났다. 김승대는 1-0으로 앞선 후반 23분 채프만(24·호주)의 침투패스를 깔끔한 왼발슛으로 연결했다. 자신의 프로 통산 1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는 한 방. 동시에 포항도 2-1 승리를 거두고 개막 후 4경기 무패행진(3승1무)을 이어갔다.
김승대는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뀐 만큼 지난해의 포항과 올해의 포항은 달라졌다. 자연스레 어깨도 무거워졌다”면서 “기록적인 목표보다는 지금의 팀 전력에 맞게 내 스타일을 바꾸려고 한다. 지난해 결장한 경기가 많았는데 한 경기씩 치르다보면 팀에 천천히 녹아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